[kjtimes=정병철 대기자]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골프이론에서도 박식했다. 프로골퍼들도 그의 해박한 골프지식에 입을 쩍 벌릴 정도였다.
이 창업주는 골프와 관련 주요 기사가 보도되면 국내외 신문을 막론하고 비서진들에게 철저히 스크랩을 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그는 기술 쪽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암기했다.
이 창업주가 가장 좋아했던 프로골퍼는 보비존슨 이었다. 골프기술의 아버지로 불렸던 보비존슨의 기술책들은 1960년대 국내에서 구입하기가 힘든 귀한 책이었다.
일본에 그 책이 있었던 관계로 동경 삼성지사는 보비존슨 기술책뿐만 아니라 골프용품과 골프경기 등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즉시 서울의 삼성본관 이 회장 집무실로 보냈다.
보비존슨 책을 일일이 정독하며 그 이론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연덕춘에게 다시 스윙기법을 묻는 등 그 열의가 대단했다.
이 창업주의 골프장행은 시도 때도 없었지만 기분이 우울하고 사업적인 고뇌에 빠지면 어김없이 골프장을 찾았다.
그래서 그는 안양골프장에 골프채를 두고 다녔다. 대개 토요일은 빠지지 않고 골프장을 갔다.
이 창업주는 아주 차가운 사람으로 소문나 있지만 사실은 인정이 넘치고 따뜻한 남자였다. 신용남씨의 추억이다.
“어느 날 골프장을 가기 위해 반도호텔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검은 귈릭스 짚차가 내 앞에 멈추지 않겠습니까. 그러더니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는데 알고 보니 이병철 회장이었죠 이 회장은 날 보는 반가운 표정으로 ‘아니 어디가십니까’라고 묻길래 ‘골프장에 갑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럼 나와 같이 갑시다’ 라며 차에 타라고 권유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얼떨결에 차에 올라탔는데 차에 타는 순간 이 회장은 자신이 앉아 있던 편안한 조수석에서 머리를 숙이며 의자를 제치더니 끝내 나를 조수석에 앉히며 ‘신 사장, 내가 장충동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나올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시오’라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옷만 갈아입고 나왔죠. 그런데 그날 나를 이 회장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했는지, 골프를 친후 시장 끼가 있어 이 회장에게 ‘곰탕이라도 한 그릇 먹자’고 했더니 이 회장은 ‘골프장 주변은 먹을 것이 없다’며 끝내 나에게 자신의 집에 가서 시장 끼를 해결하자고 해 사양을 못하고 결국 이 회장 집에까지 갔죠.”
이 창업주는 사소한 부분이라도 남에게 실례된 행동을 하면 자신이 꼭 보답하는 성격이었다. 최고 기업가의 냉철한 이면에는 훈훈한 인간미가 흘렀던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