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이병철 회장의 골프세계를 알면 삼성의 경영이념을 알 수 있다. 삼성이 추구하는 ‘제일주의’와 ‘무한추구’ 정신은 이병철 회장의 기업정신과 그 뜻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이 회장은 라운딩을 할 때마다 동행한 측근들에게 이 말을 좌우명처럼 들려주었다.
골프장 18홀 파노라마에서 이병철 회장은 삼성의 기업 정신을 키워왔다. 이 회장은 격동의 30년 동안 기업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한국 최대의 제력을 쌓고 거대한 기업군을 이루는 밑바탕에는 골프가 있었다.
그는 골프를 통해 재력가의 고독을 이겨왔다. 그가 틈만나면 골프장을 찾고 골프를 통해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거대한 기업군으로 키워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 회장은 30년 동안 주중 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골프장 코스를 돌았다. 이 회장이 골프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기업정신은 그의 골프플레이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골프에서 퍼팅과 아이언을 주무기로 삼았다. 골프에서 드라이버를 잘치는 사람은 십중팔구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 같은 형은 대부분 기업에서도 공격적 경영을 펼친다.
반면 아이언샷과 퍼팅을 잘하는 사람은 성격이 정교 하다는 게 골퍼들의 이구동성이다. 국내 프로 중 한 때 ‘아이언샷의 대명사’ 박남신과 ‘퍼팅 귀재’ 최상호의 성격이 섬세하고 정교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골프전문가들은 아이언과 퍼팅이 정교한 사람은 매사 신중론자라 한다. 이를 볼 때 이병철 회장은 드라이버형 보다 아이언과 퍼팅을 잘 치는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사업에서도 완전 무결하고 깨끗한 것을 좋아했다.
이 회장은 골프에서 절대 ‘OK'(상대방 퍼팅을 인정)나 ’기브‘(퍼팅을 인정 점수를 줌)는 없다. 설령 10cm 퍼팅이라도 꼭 마무리를 짓고 다음 홀로 이동한다.
그는 사업에서도 대충이라는 것은 없다. 잘못된 것은 그 원인을 찾고 분석한다. 골프에서도 샷과 퍼팅이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반드시 찾아낸다.
그는 스윙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일일이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분석을 했다. 그래서 다음 라운딩에서 교정한 스윙으로 좋은 스코어를 올린다. 재계에서는 그런 이 회장을 분석가고 노력하는 골퍼로 인정 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이병철 회장의 섬세한 인간미는 많은 화제를 뿌렸다. 그는 골프채에서 전 용품을 이르기까지 신제품이 선보이면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제계에선 이 회장으로 부터 골프용품 하나 선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남에게 주기를 좋아했다.
재계 동료들과 라운딩 시 클럽에 이상이 있으면 스스로 클럽을 점검해 다른 채를 골라주는 등 자상하기 그지없다. 또 사업차 일본에 자주 가는 이 회장은 골프신간 서적이 새로 발간되면 이를 가져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골프책까지 신경을 써주는 섬세한 총수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