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노천 기자]고 이병철 회장은 다른 골퍼들은 평생 한 번도 못한 홀인원을 세 번씩이나 했다.
재계에선 “오늘날 삼성이 하는 사업마다 아무런 탈 없이 잘되는 이유가 다 이 회장의 홀인원 때문이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홀인원은 ‘운수대통’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농담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핸디 13의 수준급 골퍼였던 이 회장이 생전 수집한 골프채는 200여 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그가 영국에서 주문해 썼던 골프채는 ‘케네스 스미스’란 채로 19세기 영국 왕족들이 애용하던 채였다. 이 회장은 처음에 이 채를 사용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혼마로 바꿨다.
국내 골퍼들에게 혼마채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모두 이 회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은 특히 혼마채를 좋아했다. 이 회장이 다른 채 보다 유독 혼마채를 좋아한 이유가 혼이 깃들어 만들어진 채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회장은 일본 혼마 골프사장으로 부터 “골프채도 옛날 도공이 명도를 만들듯이 만든 사람의 혼이 들어가야만 명골프채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혼마 사장은 “그저 돈 벌려고 만들거나 억지로 만들면 결코 명품이 안 나오고 최고의 재목을 구해 그야말로 혼이 담긴 정성을 들여 만들다보면 1만개, 혹은 10만개 중에 하나쯤은 명품이 나온다”는 혼마의 기업 정신에 감명을 받았다.
이 회장은 혼마 사장으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듣고 “명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그래서 이 회장의 채는 혼이 있는 채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 채로 골프를 치니 남들은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한 홀인원을 세 번씩이나 했다.
이 회장은 혼마뿐만 아니라 채를 고를 때에는 일반 골프숍에서 구입하지 않는다. 그는 직접 골프 공장에서 채를 맞추어 쓰고 있다.
이 회장이 수집해온 골프채와 책들은 지금 안양베네스트 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에 진열돼 있다. 이 용품들은 이 회장이 가장 소중히 여긴 명품들로 훗날 골프박물관 건립 시 기증하기 위해 모아 두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