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박두병 회장은 골프매너를 금과 옥처럼 지켰다. 제 아무리 골프를 잘 쳐도 매너가 불량하면 골퍼로 인정을 안했다. 다음은 한장상 프로가 밝힌 연강의 골프 에티켓.
“서울컨트리 5번 홀서 세컨샷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앞 팀이 그린에 올라가 있다며 쳐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린까지는 약 220m이 넘는 거리였으므로 그린에 있는 앞 팀의 경기 진행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스푼으로 세컨샷을 날렸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볼이 맞는 순간 굿샷임을 직감했는데 거의 직선에 가깝게 죽 뻗은 나간 볼은 그린을 오버하고 말았습니다. 그린에서 막 폼을 잡고 퍼팅하려던 골퍼가 깜짝 놀라 모자를 벗어 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순간 ‘아차 실수했구나’ 하고 미안한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팀은 6번 홀 그늘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아까 모자를 흔들던 골퍼가 다름 아닌 연강 박두병 회장이었죠. ‘아이고 회장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라며 백배 사죄 하니 연강은 ‘모범이 돼야 할 프로가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다니…’ 연강은 좀처럼 화가 누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연강의 집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간신히 골프를 할 수 있었는데 아무튼 연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박 회장은 골프매너 뿐만 아니라 골프장을 일류로 만드는데도 사력을 다했다. 그는 사업적 부를 바탕으로 골프장에 소요되는 경비는 사재를 털어 내놓았지만 ‘이 정도의 돈을 냈다’는 등 과시 하는 일이 없었다. 대쪽 같으면서도 조용하고 남에게 피해주는 일을 절대 하지 않았던 박 회장은 때로는 필드의 조정자 이었다.
공깨나 치는 사람들이 모여 골프를 하면 때로는 경기가 과열돼 분위기가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박 회장은 조정자 역할을 어김없이 했다. 박 회장이 서울컨트리 이사장으로 재직 때 일.
‘전매청장을 지내고 서울컨트리 재무부 관리를 역임했던 신관섭씨가 서울컨트리에 있을 때 돈으로 인해 약간의 마찰이 생기면서 관련된 직원들과 신관식씨와의 관계가 험악할 정도가 됐었다. 박 회장은 조정을 했지만 좀처럼 되지 않자 급기야 외자청 국장인 함성용씨를 중간에 넣어 끈기 있는 설득으로 화해를 이끌어 내는 등 오해를 풀도록 했다’ 이는 그의 성격이 원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골프란 평소 교분이 두텁거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즐기는 운동인 만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한조를 이뤄 라운딩을 하게 되면 그날의 스코어는 엉망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하다.
그런 점에서 박 회장의 3인조 친구 얘기는 빼놓을 수 없다. 박 회장은 3인방 친구들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박 회장을 포함한 이른바 ‘골프 3인방’은 김용관, 손기원, 민용규씨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