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성곡 김성곤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술고래(?)’였다. 정치인이고, 경제인이고 성곡의 술에 녹다운 안된 사람은 없었다.
신용남씨와 골프 시합에서 졌던 성곡은 술로 한판 붙자며 신씨에게 술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용남씨 역시 당대의 술꾼이었다. 제안을 마다 할 리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 어리석은 내기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앞섰다. 왜 그랬을까. 신씨의 증언이다.
“사실 성곡의 술 끈기를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어 ‘좋습니다’라는 시원한 말을 못했다. 대신 ‘정, 그렇다면 하시죠…’라며 머뭇거리며 받아 들였다. 성곡의 술 승부를 받아들인 것도 나 역시 술은 골프 뭇지 않게 자신 있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성곡과 술 대결이 벌어졌다. 성곡은 골프장에서 진 오기를 술로 달래 보고자 ‘큰 잔으로 마시자’고 제안했다. 단숨에 서너 잔이 오가자 약간의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네다섯 시간을 이렇게 주고니 받고니 했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새벽 1시까지 벌인 술 대결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술자리에서 일어난 후 성곡은 자기차로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신 사장! 내일 1시까지 골프장에 나와 나랑 또 한판 붙자’라며 골프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음날 성곡은 핼쑥한 모습으로 골프장에 나타났다. 그리곤 ‘어제 술은 당신과 똑같이 마셨는데 오늘 난 도저히 골프를 못 치겠소, 당신은 술과 골프 모두 이겼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에 알았지만 성곡은 술기운 때문에 골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골프보다 더 중요한 약속을 해놓고 깜빡 잊고 골프장에 온 것이다. 성곡은 전화상으로도 골프취소를 할 수 있었지만 예의가 아닌가 싶어 몸소 골프장에 나와 정중히 사과하는 또 다른 인간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에게 완패한 성곡은 두 번 다시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다”
정치인과 골프는 뗄래야 뗄 수가 없듯 성곡은 신용남씨와 정치를 하면서 더욱 친한 사이가 됐다. 신용남씨는 그와의 정치적 인연과 골프에 얽힌 얘기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