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병철 대기자]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성곡이 이른바 ‘10. 2항명 파동을 했다는 것은 자신과 당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성곡은 그 다음날 골프를 하면서 모든 책임은 자신과 길재호 위원장이 지기로 한 비장한 결심을 결의했었다. 그들이 골프를 치면서 그런 논의를 하는 와중에 급보가 날아왔다. 박 대통령이 골프장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이들은 모두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다음은 신용남씨의 회고.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지금 각하가 서울컨트리로 가니 그곳에서 대기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죠. 10.2 항명으로 인해 각하의 마음이 편치 않아 골프를 하면서 분노를 삼키려나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대통령은 굳은 표정을 하며 골프장에 도착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골프장에 오면 주변 사람들을 격려 하는 등 얼굴에 미소라도 지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클럽하우스도 들르지 않고 전용차에서 내리시더니 곧바로 티 그라운드로 향했죠. 대통령은 1번 홀에서 샷을 하면서 ‘김성곤, 길재호 그 놈들이 감히 항명을 해’ 하면서 힘껏 볼을 후려치지 않습니까. 순간 골프장은 대통령의 분노와 숨소리만 들릴 뿐 쥐죽은 듯 조용했죠. 캐디가 공을 올려놓으면 ‘김성곤 이 새끼’ 하며 드라이버를 휘둘렀고, 또 ‘길재호 이놈’하며 치니 마치 대통령은 미운 놈 머리 때리듯 공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은 수십 개의 공을 후려 쳤지만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곤 라운딩도 하지 않고 “그 놈들 다 잡아 들여”라는 한마디를 던진 채 골프장을 떠났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항명의원들에 대한 검거령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성곡과 길재호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고, 또 공화당은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행동통일을 저해한 김창근·염성원·문창택 세 명의 의원과 오치성 의원은 6개월간 당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거치지 않았다. 10. 2항명은 의원신분 침해 시비까지 낳아 말썽이 발생했다. 김성곤과 길재호 등은 중앙정보부로 연행돼 온갖 고초를 겪었다. 김성곤은 그 특유의 트레이드마크 이었던 콧수염이 중앙정보부로 연행 되면서 무더기 뽑혔다.
또 길재호 의원은 연행과정에서 수사관들이 무례하게 대하자 호통을 쳤는데 그 바람에 입술이 비틀리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병욱 의원은 안양골프장에서 폭행까지 당했다.
평소 안양골프장을 자주 찾은 이 의원은 갑자기 중앙정보부 수사 요원들이 연행 하려 하자 자기 차로 떳떳이 가겠다고 버티다 클럽하우스 앞에서 빰을 얻어맞고 다리를 걷어차이는 등 10. 2항명 여파는 의원들의 신분까지 침해당하는 사태로 번졌다. 결국 이로 인해 갑자기 정계를 떠난 성곡은 그토록 좋아했던 골프도 치지 않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