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삼양식품그룹이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비난에 휩싸였다. 총수일가의 이익을 몰아주려고 70억원의 통행세를 부당지원했다가 적발된 게 원인이다. 그러면서 전 회장에 대한 곱지 않은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들 중에는 전 회장이 부친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경영모토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라면의 대부’인 전 명예회장의 50년 삶과 경영철학에 대해 먹칠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전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내츄럴삼양을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상태다.
내츄럴삼양은 전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의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다. 게다가 삼양식품 지분의 33%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예컨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츄럴삼양 지분은 ▲전인중 회장 21.0% ▲전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부회장 42.2% ▲비글스 26.9% ▲자기주식 9.9% 등이다.
비글스는 지난 2011년 세간에 알려진 회사로 당시 페이퍼컴퍼니 논란을 빚은 곳이기도 하다. 사무실 주소지가 서울 목동의 한 사우나로 되어 있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삼양식품은 지난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했다. 그러면서 중간 거래 단계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내츄럴삼양’을 끼워 넣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챙겼다.
이런 방식을 통해 5년간 몰아준 거래 규모가 1612억원에 달한다. 내츄럴삼양은 이 과정에서 70억원의 유통수익을 챙겼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회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판이한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평소 친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7월 ‘나가사끼짬뽕’이 인기를 끌 당시 주가가 급등하자 자회사인 비글스를 동원해 삼양식품 지분을 집중 매도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42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면서 모럴헤저드 논란에 휩싸였었는데 또 이 같은 행태를 보이다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 전 명예회장이 어떻기에 전 회장 행보와 비교를 하는 것일까.
전 명예회장은 국내에서 라면을 처음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50주년을 맞을 당시에도 전 명예회장은 "가격은 10원으로 시작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수익성보다 국민의 편에서 저렴하게 라면을 공급해왔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전 명예회장의 경영모토는 ‘정직’과 ‘신용’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실제 라면을 도입하면서 국민을 먼저 생각했고 정직과 신용을 가득 담아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섰다.
‘돈’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한 전 명예회장. 천상 ‘양반’인 그의 마음은 삼양라면의 출시가격과 이후의 행보에서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전 명예회장은 1963년 삼양라면 출시 가격을 개당 10원으로 책정했다. 그 이면에는 고가의 곡물가와 어려운 식량사정을 고려해 가난한 서민들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후 밀가루 값의 인상과 튀김용 기름의 도입가 인상이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전 명예회장은 가격인상을 자제했다. 대신 추가부담을 최대한 사내에서 흡수했다.
반면 오너가 2세인 전인장 회장은 전 명예회장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사령탑을 맡은 이후 바람 잘 날이 없고 오히려 모럴헤저드 논란에 계속 휩싸이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전 회장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리더십이다. 더욱이 부친과 비교되면서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하며 난관을 극복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