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삼성그룹이 설 명절이 끝나자마자 ‘외압설’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외압설의 중심에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이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미 예매 점유율이 6.1%를 넘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삼성 반도체 집단 백혈병 발병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낼 가능성이 농후한 까닭이다. 일각에선 삼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제작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관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아 영화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뜻 있는 영화인들이 의기투합했다. 평범한 개인들도 힘을 보탰다. 1만 명의 시민들이 시민모금운동인 제작두레에 참여했다. 그 결과 순제작비인 10억원을 크게 웃도는 15억원을 모았다.
대기업 운영 상영관 ‘삼성 눈치 보기(?)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개봉관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CJ 계열의 CGV에선 45여 곳에서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 계열 롯데시네마의 경우 전국 99곳 중 개봉하는 곳은 서울·인천·일산·부산·대구·포항·청주 등 9곳에 불과하다. 매가박스도 22곳에만 개봉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에선 아예 상영조차 되지 않는다. 예컨대 강원도와 해당 기업체의 사업장이 있는 수원·화성, 대전·광주·울산 등 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은 상영에서 제외된 상태다.
바로 이것이 ‘외압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개봉관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A그룹은 작품성을 받을 때 적정한 규모로 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B그룹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겨울왕국>과 <수상한 그녀> 상영으로 인해 자리가 여의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기업들이 굳이 영화 하나로 ‘삼성’과 등지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소위 ‘눈치보기’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원제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외압설로 또 하나 제기되고 있는 것은 원제의 변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뀌었다고.
그 배경으로는 삼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에서 강하게 요구해서 제작사에서 수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왜 일까. 그 배경에는 삼성생명이 있다고 한다. 사실 삼성생명은 몇 년 전부터 ‘사람, 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내면서 <또 하나의 가족>은 삼성생명의 모토가 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의 가족>이란 원제는 삼성을 직설적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삼성에서 입김을 작용해 바뀌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선 ‘삼성’을 직접 겨냥했을 경우 흥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원제를 바꿨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 겨냥한 <탐욕의 제국>때도 ‘외압설’ 나올까?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오는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큐 <탐욕의 제국(감독 홍리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탐욕의 제국> 삼성전자 백혈병이 소재다. 삼성 공장의 반도체 산업 재해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다. 삼성 반도체 피해자로 알려진 사람들이 삼성으로부터 산업 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탐욕의 제국>은 개봉과 동시에 일류 기업 삼성의 이미지에 상당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피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를 대하는 삼성 직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제기된다. <또 하나의 약속>처럼 개봉관이 잡히지 않거나 삼성의 외압설이 도출될 것인가가 그것이다. 만일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삼성도 자유스러울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탐욕의 제국>의 개봉 시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