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시선은 재벌총수들의 연봉으로 모아졌다. 과연 누가 ‘연봉왕’이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공개 결과 ‘연봉왕’의 주인공은 최 회장이었다. SK그룹 계열사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던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원, SK에서 87억원, SK C&C에서 80억원, SK하이닉스에서 22억원씩을 연봉으로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 세간의 눈초리는 곱지 못하다. 사실상 경영활동을 하지 않은 최 회장이 최고의 연봉을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1월 법정 구속돼 현재 수감 중인 상태다. 따라서 ‘옥중경영’을 한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몸소 진두지휘하며 필드에서 뛰는 다른 총수들보다 많이 챙긴 것에 대해 일각에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 보수와 관련 그가 2003년 50조원이었던 매출을 2013년 157조원 규모로 키웠고 주주들이 이를 인정해 승인한 한도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탓일까. SK그룹은 최 회장이 올해는 보수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SK㈜와 SK하이닉스의 비상근 회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보수는 전혀 받지 않는 무보수 집행임원으로 남기로 했다는 것이다.
배임 등 혐의가 확정된 지난달 등기이사직 일괄 사퇴를 결정한 최 회장이 올해 활동에 대한 보수뿐 아니라 지난해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재계 일각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무보수 결정’은 여론을 의식한 결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임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지난해 거액의 급여를 지급받은 사실까지 공개된 점에 대한 돌파구로 ‘무보수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선 똑같이 사법 처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비교를 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해 급여 331억원중에서 60.4%에 해당하는 200억원을 스스로 반납했다. 반납액인 200억원은 그가 법정 구속된 2012년 이후로 정상적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모두 반환한 것이라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 회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모두 사퇴했다. 미등기 임원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어 당장 내년부터 연봉 공개 대상에서 빠진다. ‘무보수 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한다면 보수가 어떤 식으로 책정됐는지는 공개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