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했다. 1000억원대 횡령·배임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에서 일부 혐의에 대한 무죄취지의 판단이 내려지면서 당장 구속 수감될 위기를 벗어났다. 

신장이식수술 이후 면역 이상현상과 우울증, 여기에 삼성가 유전병으로 알려진 샤르코 마리 투스 등을 앓고 있는 이 회장. 부친인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조차 지키지 못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는 벌써부터 재계의 핫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전날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 회장의 배임·횡령에 대해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CJ재팬의 일본부동산 매입 과정에 적용한 특경가법에 대해 일본 부동산 매입에 따른 배임 부분은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경가법은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 채무자인 팬제팬(PAN JAPAN)이 변제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 회장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에 핵심 중 하나였다. 1심에선 이와 관련 약 363억원의 배임 혐의를 인정했고 항소심에선 엔화 환율을 새로 적용해 309억원을 유죄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를 달리 판단하면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항소심보다 상대적으로 형량 감형에 유리해진 셈이다. 앞서 그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징역 4년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실제 배임죄는 특경가법 보다 형벌이 가볍다. 특경가법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하지만 단순 배임죄일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 업무상 배임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재계 일각에선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을 유예할 수 있는 형량이 최대 징역 3년인 것을 감안, 이 회장이 교도소에 들어가 형기를 채워하는 실형은 면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감경받았다. 이 회장의 수순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흐름대로라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을 낮춰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CJ그룹은 2년 넘게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룹 투자가 지지부진했다.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있었다.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겉으로는 그룹이 잘 굴러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삐그덕 거렸다. 2011년 이후 늘어났던 투자액은 이 회장 구속 후 계속 줄었다. 올해는 투자와 고용계획조차 내놓지 않았다. 사업도 책임질 총수가 없다보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들이 불발됐다. APL로지스틱스 인수 실패가 대표적이다.

이제 상황은 변하고 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이 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결단력과 추진력은 총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은 죄를 속죄하고 그만큼 사회와 경제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져 최선을 다하는 이 회장의 모습을 다시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