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재계 주요 기업들의 위기 대응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더디고 미숙한 대응으로 오히려 비난을 키우고 기업 이미지를 구긴 사례도 여전히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위메프와 쿠팡, LG생활건강, 롯데주류 등이 버티기나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곤욕은 치른 기업들로 꼽힌다.
버티기의 대표적 사례는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다. 위메프는 지난해 12월 ‘채용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지역 영업직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최종전형에 오른 11명에게 2주 동안 ‘거래(딜·deal)’를 따게 하는 등 정직원에 준하는 일을 시키고 전원 불합격 처리한 게 발단이었다.
논란 초기 위메프는 줄곧 “채용 테스트 결과 모두 기준에 맞지 않아 불합격 처리된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 반복하다가 올해 1월 탈락자 전원을 합격 처리했다. ‘불매운동’과 함께 회원(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상태로 내몰린 탓이다.
그러나 위메프는 박은상 대표 명의 사과문에서 ‘견지망월(見指忘月·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본다)’이라는 고사를 인용하며 ‘오도된 여론에 밀려 억울하다’는 여운을 남겨 진정성 없는 사과의 전형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간에선 부정적 여론이나 문제 지적에 대해 모르는 척 무시하는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는 기업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대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부정적 여론이나 문제 지적에 대해 모르는 척 무시하는 전략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협력업체에 독점공급을 요구한 사실 등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농구를 하다 다쳤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그런데 당시 그는 회사로 정상 출근을 하는 상태였다. 때문에 “미국 국적 미국인이라 한국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김 대표의 쿠팡은 이로 인해 국회와 여론의 문제 지적에 대해 최소한의 해명 의지조차 없는 기업으로 각인됐다.
문제는 김 대표와 쿠팡은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국회 불참이나 갑질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히려 김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 정말 많다. 말씀하신 부분(갑질 논란)의 상당 부분은 처음 들어본다”며 발뺌하기에 바빴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생활건강도 ‘모르쇠 전략’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고가 캐릭터 방향제를 일부러 리필(재충전제) 없이 파는 ‘장삿속’ 때문에 온·오프라인에 걸쳐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지만 고객 의견에 귀를 막고 입을 닫은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카카오 프렌즈(카카오톡 캐릭터) 방향제를 같은 용량 타업체 제품의 3~4배에 이르는 가격에 팔면서 출시 후 지금까지 거의 1년이 되도록 리필(재충전제)을 전혀 내놓지 않는데 대해 공식 사과나 해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주류도 불리한 일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직원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본사는 방관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자사 마케팅 직원들이 “우리 알칼리 환원수 소주가 아토피·당뇨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 사실을 홍보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지만 롯데주류는 아직 “공식 입장이 없다”며 침묵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귀를 막고 입을 닫아 버리는’ 기업들이 국민들과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거나 직격탄을 맞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버티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들은 비난을 키우고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