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거세다. 올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고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 부는 바람에서 온기를 느끼긴 쉽지 않다. 특히 증권사 직원들은 연초부터 옷깃을 단단히 여밀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쉼없이 몰아쳤던 구조조정의 바람이 새해에는 잠잠해지기는 커녕 더 거세게 몰아치리란 잿빛 전망 탓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침체 여파로 최근 4년 사이 여의도를 떠난 증권맨은 8000명에 육박했다. 국내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만60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절정을 이룬 2011년 말 4만4060명과 비교하면 7964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증권사의 지점과 영업소는 같은 기간 1856개에서 1217개로 639개나 사라졌다.
일례로 한화투자증권은 푸르덴셜증권과의 합병에 따라 2013년 말 35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점 수도 작년 말 54개로 2년 전보다 32개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간 합병 과정에서 모두 600여명의 회망퇴직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피인수된 아이엠투자증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40여명을 내보냈다.
뿐만 아니다.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을 단행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도 비용 감축을 위해서다. 하나금융투자는 2014년과 지난해 모두 200여명을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3년과 작년에 각각 92명과 3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 증권업종의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비롯한 글로벌 악재와 국내 경기 부진 등 내우외환이 겹친 상황이다. 주식시장의 부진은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첫 출발부터 크게 흔들린 올해 증시 상황은 증권가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증권업계에 칼바람이 거센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보기술(IT) 발전과 온라인 주식거래 확산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의 인력 감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최근 몇년간 증권사 인력이 감소한 요인으로는 IT의 발달로 증권 기본 업무인 주식 약정 영업이 축소되고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이 활발해진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증권가에선 이른바 ‘핀테크’로 대표되는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 점점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대면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 영업점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서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은 빠르게 사라져가는 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한 직접 거래가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무선단말기 거래대금의 비중은 2014년 21.27%에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25.06%까지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의 무선단말 거래 비중도 10.70%에서 올해 15.55%로 증가했다.
반대로 영업점의 단말기와 유선단말기(ARS 등)를 통한 거래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영업단말을 통한 거래 비중은 2014년 17.47%에서 지난해 16.50%로 줄었다. 유선단말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0.42%에서 0.38%로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영업단말 거래 비중은 47.11%에서 39.36%로 내려갔다.
오는 3월부터 비대면 금융거래가 가능해지고 핀테크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대면 거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최근 4년 새 600개 넘게 사라진 증권사의 시중 지점은 새해에도 계속해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잦았던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과정도 인력감축을 부른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올해 들어 이 같은 과정은 더욱 본격화된다. 일례로 증권업계 최대 규모인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간의 합병 과정이 올해 진행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M&A 과정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두 회사의 합병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은 그리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LIG투자증권 역시 작년 말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간 상태이며 현대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들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어 추가 인력 감축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고객의 니즈에 변화가 일어난 점도 증권사 인력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간 인수·합병(M&A)과 핀테크 등 온라인 거래 문화가 더 확산하면 증권맨 감축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합병을 단행한 증권사들뿐 아니라 M&A와 무관한 중대형 증권사들도 추가 인력감축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