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삼성전자가 증권가 등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4분기(2015년 10월~12월) 실적을 내놨다. 이미 성장 정체가 확인된 스마트폰 부진은 그렇다치더라도 믿었던 반도체마저 하락하며 기대치를 밑돌았다.
숫자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을 실망시킨 이번 실적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정말 위기의 시작인 것인지 여러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 6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4분기보다는 15.3%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직전 분기(7조3900억원)보다는 17.5%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근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6조1000억원 영업이익 숫자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당초 지난해 3분기 실적이 마감된 이후 시장에서는 4분기에 7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점쳤었다. 스마트폰 부진이 눈에 띄게 살아나기는 어렵더라도 반도체가 든든하게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러나 D램 수요가 줄고 환율 효과도 반감되면서 시장 기대치는 이달 초 6조5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이번 잠정실적이 6조1000억원대로 공개된 것을 감안하면 낮아졌던 시장의 기대마저도 무너진 부진한 실적인 셈이다.
삼성 주변과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과 환율 효과 소멸 등을 꼽는다. D램과 낸드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3분기 원화 약세로 부품 사업에서 환 영향을 받았지만 4분기에는 이 같은 환율 효과도 소멸됐다.
결국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국내외의 가전세일 효과에 따른 소비자가전 분야의 소폭 성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실적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대외 요인에 흔들리는 삼성전자의 당면한 과제다. 영원히 튼튼할 것만 같았던 기초체력이 바람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때문에 대외 요인에 따른 일회성 실적 하락이라면 올해 실적부터는 다시 반등에 나서야겠지만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의 상황을 놓고 보면 분기 영업이익 6조원이라는 숫자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삼성전자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의 미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이것은 곧 위기의식을 크게 높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53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간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200조3400억원, 영업이익은 26조37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