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의 오는 2분기까지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암초를 만났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호텔롯데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같은 소송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양헌은 호텔롯데의 주요주주인 고준샤(光潤社·광윤사)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는 “가처분 신청 제기에 앞서 호텔롯데 측에 회계장부 열람등사에 대한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으나 호텔롯데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과반 지분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는 호텔롯데의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 제466조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 가진 주주는 회사 측에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통해 중국 사업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 해외호텔 구입 관련 과다 지출, 면세점 특허권 갱신 관련 부당 지출 등 호텔롯데의 부실 내역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소송 과정에서 롯데쇼핑으로부터 1만6000장에 달하는 회계 자료를 받아 검토 중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회계 및 부실경영 의혹이 있는 모든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감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100% 해소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당장 상장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런가 하면 신 회장은 얼어붙은 증시에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기 하강 우려 등으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이런 시황을 그 누구보다 걱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와중에 그가 직접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호텔롯데 상장’이 임박한 탓이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평가가 썩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한 뒤 증권업계 등 시장에선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0조원까지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호텔롯데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10조원 안팎으로 제시한 게 대표적 실례다.
이 같은 평가의 이면에는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종업계 경쟁자 호텔신라의 각각 1.5배, 2.7배에 이르기 때문에 호텔신라 현 시가총액(4조9000억원)의 두 배 정도로 값(기업가치)을 매겨도 무리가 없다는 논리가 자리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비교대상인 호텔신라의 주가만 따져 봐도 지난해 7월 주당 14만원대 이르렀다가 이후 계속 떨어져 현재 반토막 이하인 6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시가총액도 2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선 단순히 주요 경쟁사 호텔신라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산정해도 1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은 사실도 공모가를 낮추는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잠실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실패로 당장 호텔롯데 실적의 10%(85~99%×12~13%) 안팎이 날아간 셈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전체 호텔롯데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면세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5%, 99%에 이를 것으로 예상(NH투자증권 추정)되고 면세점만의 매출과 영업이익 가운데 뺏긴 잠실 면세점의 비중을 따져보면 각각 12~13%(2014년 기준) 정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상 최장기간(35일 연속) 주식을 팔아치울만큼 한국 주식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 공모가격 산정 등의 과정에서 당초 최대 20조원까지 거론됐던 호텔롯데의 가치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매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대로 공모를 통해 기대만큼 충분한 자금이 모이지 않을 경우 호텔롯데의 해외 진출 등 미래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또 한 가지는 최근 호텔롯데가 공격적 경영에 나서면서 순부채도 빠르게 늘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 상장을 마냥 미루고 기다릴 수도 없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궁극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데 필요한 재원(그룹 추산 7조원)의 상당 부분도 호텔롯데 상장 공모자금으로 메워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호텔롯데 IPO 흥행 여부는 롯데그룹 입장에 올해 최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상장을 무리하게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매출액 7000억원 이상(3년 평균 5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300억원 이상(3년 합계 6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에 맞는 대형 우량사로서 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는 ‘패스트트랙(급행)’ 혜택을 받았다.
예상대로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호텔롯데는 정식으로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한편 이후 국내외 투자자들 대상의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딜 로드쇼 등에서 수렴된 의견과 수요 예측 등을 바탕으로 주간 증권사는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다. 공모를 통해 모인 주식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마침내 상장이 이뤄진다.
만일 신 회장이 말한 ‘상반기 호텔롯데 상장’ 약속을 지킬 경우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 더 구체적으로는 ‘일본 주주 영향력 축소’ 작업을 약속대로 지체 없이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호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