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삼성은 그동안 지주사 체제 전환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주장에 따르면 최근의 금융계열사 지분조정 작업은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준비 과정으로 보고 그룹 전체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의 삼성 소유 지배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지주사 체제 전환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삼성 내의 삼성화재,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집중시키는 등 금융계열사 지분조정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는데 이것이 금융부문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준비 과정이었다는 전제를 깔고서다.
보고서는 “금융부문 차원을 넘어 삼성 전체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일가 내의 상속(및 계열분리) 구도, 경제 및 법제도 상황 등에 따라 전환작업의 내용과 속도는 충분히 가변적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삼성 전체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LG그룹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삼성은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그룹은 지난 1999년 이후 3년에 걸쳐 전자부문과 화학부문을 각각 별도의 과도기적 지주사로 전환한 다음 이 두 지주회사를 묶어 최종지주회사로 전환한 바 있다.
보고서는 삼성의 지주사 체제 전환 예상을 3단계로 분석했다. 우선 1단계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금융지주사 설립을 꼽았다.
삼성물산을 인적분할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사(가칭 ‘물산금융지주’)로 만드는 방법과 삼성생명을 인적분할해 자사주 및 기타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부문을 금융지주사(가칭 ‘생명금융지주’)로 만드는 방법이다.
보고서는 “금융계열사 간 지분조정 작업은 이미 상당 정도 진행된 상황이며 향후 1~2년 내에 금융부문의 지주사 설립작업은 공식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2단계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금융계열사들의 일반지주회사 설립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삼성생명)는 비금융회사(삼성전자)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으나 지배(최대주주)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현재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7.54%)을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지분(4.06%) 이하로만 조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3단계로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허용 시 1, 2단계의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지주회사 설립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일명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금융지주사 설립 과정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지배권 강화, 승계를 위한 목적이 아니어야 한다는 원샷법의 절차와 요건 등을 감안할 때 지주사 전환 과정이 보다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시장과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