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범(汎) 삼성가의 대표격인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으르렁’거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쌓여왔던 앙금이 두 그룹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각각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간편결제서비스를 기화로 표면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간편결제’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삼성페이’ 불허에 삼성그룹도 ‘신세계상품권’ 차단으로 응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SSG페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모바일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의 최저가 판매와 대대적인 ‘쓱’ 마케팅도 간편결제 서비스와 온라인몰 강화를 위한 전략이다.
그런가 하면 신세계는 지난해 7월 출시한 SSG페이의 사용처를 앞으로 은행 계좌 연동 서비스, 교통카드 기능, 아파트 관리비 납부서비스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신세계의 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조선호텔 등에선 아직 삼성페이의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신세계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SSG페이’의 확산에 주력하면서 경쟁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이유로 자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삼성페이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 같은 차별적(?) 대응에 삼성그룹이 자극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것이 삼성과의 갈등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삼성그룹은 지난 2일자로 호텔신라, 신라스테이,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들과 신세계의 상품권 제휴가 종료되자 신세계 상품권 제휴를 중단했다. 게다가 범 삼성가인 보광의 휘닉스파크도 같은 날 신세계 상품권 제휴를 끊었다.
삼성은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인 신세계몰을 임직원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용몰로 사용해왔지만 지난해 9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연장하지 않은 채 G마켓으로 전용몰을 옮겨버렸다. 신세계몰에서 삼성 임직원 전용몰을 철수한 것이다.
재계에선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이 부회장이나 정 부회장 모두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신세계 간의 ‘틈’은 지난 4년전부터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2012년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 당시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중립을 지켰는데 이는 사실상 이 명예회장의 편에 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 인수를 결정하는 등 모바일 간편결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의 대항마로 떠올랐으며 이달 안으로 중국과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