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서 ‘슈퍼 주총데이’로 꼽히는 지난 18일 총 333개사의 주총이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이른바 ‘총회꾼’이 사라진 각 상장사 주총현장에서는 각종 안건들이 의사봉 소리와 함께 ‘일사천리’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날 곳곳에서 열린 상장사들의 주총은 짧게는 10여 분, 길게는 30여 분 만에 대부분 끝났다.
하지만 일부에선 쓴소리도 나왔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대한 쓴소리가 대표적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두고 노사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333개사의 주총은 대부분 오전 9시께 시작해 1시간을 넘기지 않는 수준으로 대부분 마무리됐다. 회사의 미래비전과 현금배당 등 주주친화적 안건이 많았던 상장사의 주총은 10여분 남짓한 시간 만에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총회꾼이 와글와글 목소리를 내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상장사의 주총장은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표결 없이 원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관련해선 다소 잡음이 일었다. 슈퍼 주총데이 이전부터 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일부 상장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 바 있어 주총현장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주) 사내이사 신규선임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주)효성 사내이사 재선임건(조현준 효성 사장의 효성 사내이사 재선임건 포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건 등이다.
하지만 SK 주총에선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등이 과반수 이상의 안정적인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안건 통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SK 측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라는 것만 밝혔을 뿐 찬성과 반대의 구체적인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효성의 경우는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조 회장과 조 사장 등 오너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마찰없이 통과시켰다. 효성 오너가는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오랜기간 수사를 받았고 조 회장은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날 효성 주총은 채 30분도 걸리지 않고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SK나 효성과는 달리 대한항공의 경우는 쓴소리가 터져 나오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주총이 진행됐다. 최근 조 회장이 조종사를 폄하하는 듯한 글을 직접 남기며 조종사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주총장은 노사 간 갈등의 골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일가를 비롯해 이인원 롯데그룹 부사장,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모두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CJ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CJ와 CJ제일제당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CJ는 이 회장을 대신해 신현재 CJ 경영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CJ제일제당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고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다.
이밖에 10개 증권사도 이날 일제히 주총을 열고 각 사의 상정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특히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증권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눈길을 끌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 이슈는 단연 주주총회”라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 지속 가능성 등이 우려가 대두되는 가운데서 오너가의 책임경영과 주주권익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라며 “국내 주요 대기업의 ‘3세 경영인’들이 그룹 주력 계열사 사내 이사 명단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