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최근 한진해운 채권단이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했다. 용선료 인하 등 조건을 달아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방안이 이행되게 된 것이다. 앞서 현대상선 채권단도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바 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해운업계 양대선사가 거센 풍랑을 헤치고 기사회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4일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의 7개 채권금융기관들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통과시켰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라 한진해운의 대출 원리금과 이자 회수를 3개월 유예하고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채무재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다만 자율협약 조건으로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과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하고 해운동맹에도 잔류하는 조건을 달았다. 용선료 인하 협상은 한진해운의 회생에 가장 중요한 키가 됐다.
사실 이번 채권단의 결정은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가 반려되기도 했고 오너가의 보유지분 사전 매각 등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참가했던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채권단에서는 빠지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회생작업 돌입이 상당기간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키로 결정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차입금이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한해 용선료로 들어가는 9300억원 가량이 회생에 중요한 요소다.
용선료를 낮추는 협상이 조속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자율협약이 깨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은 거래하고 있는 선주 수십곳과 3개월 동안 용선료 협상을 벌여 인하하는 방안에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상선도 조건부 자율협약이 개시된 바 있다. 현대상선의 채무 1조2000억원에 대해 3개월 간 원금상환과 이자 지급이 유예되고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한진해운과 유사한 내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대 해운사의 운명은 사실상 용선료 협상에 달려 있다”며 “용선료 인하 등을 담은 자구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으로선 법정관리와 같은 한 단계 높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