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국내 조선 3사의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자구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고 채권금융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는 푸념에 메어있기 보다는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탈출할 해법 찾기에 나선 조선 3사와 채권기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낼 해법에 조선업의 운명이 달려있다.
16일 관련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나은행이 이 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수위가 결정된다.
현대중공업은 자구안에 뼈를 깎는 고통의 절절함을 담았다. 자구계획에는 생산직을 포함해 2만7400여명의 직원 중 약 10% 가량인 3000명 수준을 감원키로 했다. 여기에 보유주식 및 비핵심자산 매각 등에도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독일 아반시스와 합작으로 충북 오창에 설립한 태양광모듈 법인의 경우 보유지분 50%를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안을 전달받은 하나은행은 곧바로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자구계획이 기존에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하나은행이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비용구조 개선은 시급한 현안이라고 금융권은 말한다. 강도 높은 인력감축과 함께 호황기에 끝을 모르고 오르던 임직원의 급여체계도 개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이미 이달 초에 전체 임원의 약 25%인 60명을 감축하고 부서 80개 가량을 없애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나 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채권기관과의 자구계획 논의가 활발하다. 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산업은행 본점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과 면담을 갖고 자구안 마련 등의 포괄적 내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삼성중공업의 자구안 마련과 경영진단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박 사장은 이 같은 요구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주변에선 삼성중공업이 이번 주 중 자구안 마련해 산업은행에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인적·물적 조정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진다. 1500명 수준의 인력감축과 1700억원대의 부동산 매각, 500억원 규모의 보유주식 매각 등이 핵심안으로 거론된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에 제출할 자구계획과 별도로 선제적 행동에 나선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1일에 보유하고 있던 두산엔진 지분(981만5000주)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372억9700만원을 마련했다.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휘청거리며 주저앉은 대우조선해양은 채권기관에 이달 말까지 추가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추가안에도 인력감축과 자산 매각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인력감축과 더불어 자산매각 등을 진행해 왔다.
한편 각 채권기관은 조선 3사의 자구안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각사의 재무건전성평가를 이달까지 완료해 추가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