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창업주는 고 이병철 회장(1910~1987년)이다. 그의 업적은 눈부실 정도인데 청과물 판매상에서 오늘의 세계적 삼성그룹을 키웠다.
재계에선 이 창업주를 가리켜 천부적인 투시력과 재능을 가진 사업가였다고 평가한다. 163cm의 단신이지만 거인(巨人)으로 통했던 그만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이 창업주는 누구보다도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정보수집과 분석에 대가였고 용병의 달인이었다. 자신의 뜻을 반드시 실현시키고 마는 근성이 그에게는 있었다.
이 창업주가 대구 견동에서 삼성상회를 연 것은 1938년의 일이다. 당시 삼성그룹의 발판을 일굴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은 바로 그만의 강점인 ‘정보수집’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그는 삼성상회에서 건어물과 청과물을 취급하는 무역업을 하기로 결정할 때 시작 전 적합한 업종을 2개월 간 고심했다고 한다. 이 때 국내와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을 여행하면서 그 해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정보수집과 관련된 일화는 또 있다. 반도체 사업 전 일본 도쿄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정보센터를 설립했다고 한다. 관련 서적을 섭렵한 것은 물론 이곳 센터들을 통해 온갖 정보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이 창업주는 이처럼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완벽한 정보를 지시했고 수집했다. 그 결과 기업과 가문을 ‘세계 일류’로 성장시켰다.
‘이병철 경영철학’의 중심사상은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였다고 한다. 의심 가는 사람은 쓰지도 말고 한 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신입사원 면접 때 장안에서 제일가는 관상가를 자기 옆에 앉혀 놓고 응시자들의 인성을 나름대로 평가해 당락을 결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창업주는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경영이념을 내세웠다.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才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 등이 그것이다.
이 창업주의 특징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신뢰’다. 사람을 한 번 믿으면 그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스타일이었다. 부하가 신이 나서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장점이었다.
이 창업주는 ▲사고를 내서는 안 된다 ▲작은 사고가 큰 사고를 낸다 ▲온정주의는 금물이다 등의 말을 신임 이사들에게 첫 마디로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재계에 따르면 이 창업주에게는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카리스마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격무에 시달리는 사장에게는 보약을 보내는 따뜻함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장래가 유망한 임원에게는 수제 골프채를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고 한다.<KJtimes=김봄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