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사업 포트폴리오 개편과 이에 따른 지배구조 틀을 재조정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또다시 고비를 맞을지 주목된다.
한계에 봉착한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완전한 경영승계를 위해 험난한 고비를 여러차례 넘어온 삼성그룹 앞에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란 암초가 저멀리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한 고비를 넘으면 또다시 고비를 맞는 삼성이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차단하기도 어려운 외풍이라는 점에서 힘겨운 날을 눈앞에 두게 됐다.
24일 관련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재발의 됐다.
삼성생명법은 경제민주화법에 대한 요구가 한창 불붙던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던 사안이다. 삼성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삼성생명은 물론 그룹 전체적인 지배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같은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 등 3개의 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개정안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 3%가 넘는 자산은 5년 내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총자산은 시가가 반영되지만 총자산의 3%에는 취득 당시 원가가 반영된다. 이에 개정안은 총자산의 3% 평가도 시가를 반영토록 하는 내용이다. 보유 지분의 한도 초과 처분 기간은 7년이다.
이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장 힘겨운 상황을 맞는 곳은 삼성이다. 순환출자 고리에서 삼성생명이 핵심 위치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이 개정안을 두고 삼성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한 삼성생명법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현행법상 총자산의 3%를 넘지 않고 있지만 개정안에 따라 시가로 평가할 경우 3%를 넘기 때문에 매각은 불가피해진다. 비용만 수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삼성 입장에선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이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50대 50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 의원 등 야당 에서는 ‘압승’이라는 지난 총선 민심을 감안할 때 이번 국회에서의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선 현재의 적법한 법령이 하루아침에 강제 매각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부당하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으로 부정적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 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할 정도로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며 “혼란만 키우면서 삼성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많은 기업들의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