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이 검찰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이뤄지고 있는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은 주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등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그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업계 안팎에선 파장일 일파만파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각종 의혹을 캐물었다. 특히 연임을 위해 경영성과를 부풀리려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와 규모 등을 캐물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재임 기간인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해양플랜트·선박 사업 등에서 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총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최근 누락된 비용과 손실충당금을 반영해 회계 수치를 수정하자 각각 7784억원, 7429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고 전 사장은 이런 회계조작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눈속임한 뒤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금융권에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혐의도 받고 있는데 2013∼2014년 임직원에게 지급된 2000억여원의 성과급도 이러한 회계사기가 바탕이 됐다는 게 그것이다.
검찰은 앞서 고 전 사장 재임 당시 분식회계를 실무적으로 주도한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김모(61) 전 부사장을 지난달 25일 구속했다. 김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지시하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 전 사장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인 4일 오전 9시 15분께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도착한 고 전 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핵심 의혹인 회계사기에 대해선 “지시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대우조선 최고경영자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고 전 사장의 전임자인 남상태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남 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새벽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