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장우호 기자]BMW코리아의 큰 할인폭과 고무줄 할인은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공식 프로모션 자체도 통이 큰 편이지만 딜러 개개인마다 할인폭이 다른 비공식 프로모션을 잘 이용하면 1000~2000만원 싸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내용이다.
BMW 관련 커뮤니티에 유독 할인 관련 질문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지어 BMW 소비자는 수천만원짜리 고가 차량을 타면서도 할인을 많이 받지 못하면 ‘호갱’ 취급을 받는 것이 예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연합뉴스TV는 <한 달 새 수백만원 널뛰는 BMW…“믿고 살 수 있나”>란 제하의 기사로 이 같은 BMW코리아의 할인 정책을 꼬집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7월 견적서 실명제를 도입한다며 차량당 최대 20%까지 적용하던 신차 할인을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국내 판매가 6300만원짜리 520d에 주어지던 평균 1200만원의 할인이 500만원 내외로 줄어들었다.
BMW코리아 측은 차량 가격을 투명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주춤한 틈을 타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문제는 할인폭을 줄이자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BMW코리아는 올해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3.5% 하락했고 올해 누적 판매량도 경쟁사 벤츠에 9년만에 밀렸다.
이에 BMW코리아는 10월부터 다시 슬그머니 차량 가격을 내렸다. 520d 가격 할인이 최대 1000만원에 달해 불과 며칠 전 구매한 고객들보다 할인을 두배로 받고 살 수 있었다. BMW코리아가 주장한 ‘가격 투명화’가 돈벌이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의 시각도 따가웠다. BMW코리아에서 판매하는 520d 수입원가는 국내 판매가의 60% 수준인 3000만원대에 불과해 수입사와 딜러에게 돌아가는 마진이 차량 판매 가격의 10% 이상씩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고무줄 할인이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BMW코리아는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전시차를 인도하면서 새 차처럼 속여 회사의 잇속을 챙겨왔다. 지난 5월에는 생산한 지 1년이 넘고 차량 일부가 파손된 전시차를 고객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팔았다. 해당 차량은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YTN이 12일 <BMW ‘전시차’가 새 차로 둔갑…“나 몰라라”>란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A씨가 구입한 1억원이 넘는 BMW 차량은 차량 일부가 파손돼 있었고 운행 사흘만에 타이어에 구멍이 났다. 그가 판매업체를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 생산된 지 1년이 넘은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환불 및 교환은 진행되지 않았다.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시차를 새 차로 알고 구매한 고객은 A씨 만이 아니다. B씨는 보조키에 ‘전시차’라고 써진 차량을 인도받았지만, BMW 영업사원은 “전시하려고 했다가 안 했다”면서 새 차로 속여 팔았다. 이 외에도 BMW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시차를 새 차로 속아 샀다는 경험담과 전시차 속여 팔기 피하는 방법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BMW코리아는 전시 차량을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는 말뿐, 판매업체가 이를 어겼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세우지 않고 있다.
<본지>는 이들 사건과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BMW코리아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차례 접촉 시도에도 끝내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안내원에 따르면 BMW코리아 홍보팀과의 연결은 이메일을 통해서만 할 수 있고 부서 간 연결도 되지 않아 메시지 전달도 불가능했다. 홍보팀에서는 메일을 읽었음에도 회신을 하지 않았고 반복해서 이메일을 보내자 이후로는 아예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
회사 내부적으로 메시지 전달조차 안 될 만큼 소통이 안 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과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팀마저 언론사의 연락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양새여서 BMW코리아의 폐쇄성을 짐작케 했다.
회사 운영에 잡음이 생길수록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피하고 외면하면서 고객의 불만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