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증권가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주가 거품 빼기’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증권사들의 기업목표 주가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추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오랫동안 목표주가를 새로 제시하지 않은 ‘묵은’ 리포트까지 찾는 등 전에 없이 분주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모습 이면에는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증권사 리포트의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발표에 기인한다.
증권가 일각에선 금감원이 증권사 리포트의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 공시방안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방침이 정해진 만큼 증권사들이 대응책을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야 할 만큼 전망이 어두운 종목에 대해 굳이 매도 의견을 내기보다 아예 리포트를 발행하지 않는 식으로 의견 표시를 하다 보니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가 커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 증권가에는 어떤 분주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을까.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전산프로그램 개발이다. 일례로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이 방안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조만간 괴리율 산식 등을 결정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무상증자 등 목표주가 산출방식에 단순 반영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종목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를 계산해 증권사 목표주가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대신증권은 오랜 기간 새롭게 수치를 변경하지 않아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이가 큰 종목들을 찾아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작업에 나섰다. 시장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해 보고서의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을 낮춰나갈 것이라는 게 계획이다.
A증권사는 방침 발표 이후 괴리율을 좁힐 수 있는 자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의 격차를 점검, 괴리율이 높은 종목을 가려내 줄여나가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관련 회의도 매주 열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목표주가 하향 폭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례로 한미약품이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 수출계약의 일부 권리를 반환받았다는 공시가 뜨자 이달 초 증권사들은 앞다퉈 목표가를 낮췄다. 대신증권은 70만원에서 45만원으로 대폭 내렸고 KTB투자증권 70만원에서 34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공시 전날의 한미약품 종가는 30만5500원이었다.
뿐만 아니다. KB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95만원에서 72만5000원으로 대폭 내리기도 했다. 오리온의 중국 법인 실적 위축 지속이 그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등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게 그 이유다. 주가가 꼭 실적과 같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괴리율이 높은 게 잘못됐다는 시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