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후보 TV토론의 언어폭력과 배양효과에 대하여

대통령선거 일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TV토론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주관하는 대선후보 2차 초청토론회가 개최된다. 이번 토론은 5번째 TV토론으로 후보들은 경제를 주제로 격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후보가 또 어떻게 크게 한방을 터뜨릴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다.

 

매 선거때마다 TV토론의 영향은 적지 않았겠지만 이번 대선 TV토론에서 후보 간 격돌은 한편의 쇼를 보는 듯 보는 시청자들에게 흥미와 화젯거리를 제공하며 영향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다. 토론이 곧바로 지지율 변화로 이어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토론이 끝나기가 무섭게 매체마다 이번 토론의 승자는 누구이며 지지율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갑론을박하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TV토론에서는 특히 홍준표 후보의 거친 공격이 화제였다.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1위인 탓에 유난히도 1차에서부터 4차에 이르기까지 제일 공격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에게 홍보가 버르장머리 없이라는 거친 표현은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연장자를 향한 도를 넘는 이런 거친 태도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진다.

 

문후보가 연장자라는 사실을 홍후보가 알고 그랬는지는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처럼 열띤 공방과 가열된 분위기는 대선토론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시청자들마저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할 만큼 흥미를 제공한다. 적어도 토론 시청으로 인한 매스컴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리얼리티 정치 쇼를 보는 것 같다.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고 그 정책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후보의 인격과 자질은 어떤지 그 여부를 검증하기 보다는 자극적인 흥미 위주로 치우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대통령 후보 TV토론은 후보 개인의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정책을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검증 하는 자리인 만큼 후보의 개인적 인격은 물론 국가 통치권자의 능력과 품격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자리이다. 그런 만큼 후보들의 TV토론에서는 국격이 느껴질 수 있도록 예의와 격을 갖춰야 한다. 대선 TV토론은 한마디로 국격이 드러나는 자리이며 국민적인 교육의 장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TV를 시청하면서 여러 가지를 습득한다. 특별히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간에 각자 관심 분야를 시청하며 배우거나 모방하면서 사회적인 이슈거리를 접하게 된다. 또한 방송 시청을 통해서 해당 매체에서 제시한 사회적인 의제를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형성하게 된다. 요약하면 TV시청에 따른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이론 중에 중시청자(14시간 이상 시청)에게 텔레비전이 그들의 정보원, 사상, 의식 등을 독점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배양이론 (cultivation theory)’ 이 있다.’ 이 이론은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가 제시한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에 대한 초기 이론인데 1일 시청량으로 구분해 시청자와 세상에 대한 인식사이의 관계를 규명한 이론이다.

 

거브너는 텔레비전에서 동일한 메시지에 대한 모든 계층의 노출효과를 배양이라고 보았는데, 즉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편적 세계관, 보편적 역할, 보편적 가치에 주입 내지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배양효과라는 것이다.

 

배양효과 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대선 토론의 효과는 비교적 흡수와 학습능력이 빠른 어린 청소년층과 이와는 다르게 정보 변별력에 취약한 일부 노년층에게 어떻게 나타났을지 염려스럽다. 물론 청소년과 노년층들이 TV를 많이 볼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4TV 대선 토론에 이르기 까지 지속적으로 보여준 일부 대선 후보의 토론 자세는 참으로 다양했다. 지적인 이미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보수 후보인 유승민 후보를 비롯해 사실관계에서 벗어난 질문, 홍준표 후보의 안하문인격인 언어 사용, 특정후보를 향한 무차별 집중 공세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언어 폭력이 난무하는 토론을 보여주고 있다.

 

배양효과에 의하면 토론 시청 효과는 어떤 식으로 든 배양되어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이를 염려하는 것은 필자만의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다. 그나마 거브너가 실험할 당시의 폭력이라는 주제와 지금의 토론이라는 주제는 동일하지 않아서 이 이론 적용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어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배양이란 용어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식물을 북돋아 기름, 또는 인격, 역량, 사상 따위가 발전하도록 가르치고 키움이라고 나온다.

 

굳이 배양효과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TV토론을 보면서 어린 꿈나무들은 멋진 정치가를 꿈꿀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실망해서 정치가의 꿈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적인 폭력과 비언어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TV토론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될 것이다.

 

오늘 밤 TV토론을 포함해서 대선까지 2회의 TV토론을 남겨 놓고 있다. TV토론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이제는 어떤 후보가 더 공격과 방어에 뛰어나고 순발력이 있는 지를 살피기보다는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조금 더 깊게 고민하고 살펴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언론사 또한 시청률을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겠지만 선동적이고 흥미 유발식 토론 구성 보다는 후보들의 품격이 느껴지는 국격 있는 토론을 위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검증이라는 목적과 구성에 충실하면서도 후보들의 인격 평가라는 부분도 염두에 두고 조명해야 한다. 대선 TV 토론에서 폭력적인 언어와 무책임한 질문 공세가 난무하는 토론과 국격이 느껴지는 품격 있는 토론은 그 배양효과도 각각 다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