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재벌그룹 총수들은 문재인 정부 초반에 몸을 낮춘 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단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 이후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총수는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경영 관련 공식 일정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선 이처럼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새 정부 출범 후 대부분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런 재계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재계 따른 일각에선 이들 재벌그룹 총수가 모두 해체 수순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과거 회장단이라는 점도 대외활동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5대 그룹 총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만 가장 활발하게 대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특히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에 주요 4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26일 중국 ‘상하이 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6월 19일 ‘2017 확대경영회의’ 주재, 6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 출석, 6월 23일 ‘2017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 7월 9일 중국 톈진(天津)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식 석상에 얼굴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다. 작년 12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청문회 출석이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최근 국내외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구본무 LG 회장도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구 회장이 공개 일정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3월초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그룹 주축인 LG전자가 2분기 스마트폰 신제품 ‘LG G6’의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면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LG그룹의 경우 작년 말 임원 인사를 계기로 사실상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구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인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대표적 실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에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이달 초 일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예외 상황이다. 3년 이상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되면서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대외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그것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그룹을 대표할 인사도 없어 외부 공식행사에는 전문경영인인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과 이인용 사장, 주은기 부사장 등이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