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일본 신사(神社)들이 비상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명 신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사는 시설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집단참배와 공물 봉납으로 유명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비롯 일부 유명 신사들은 예외였다.
16일 NHK 보도에 따르면 운영난이 심각한 곳은 지방에 있는 신사들이 대부분이다. 같은 씨족신을 모시는 친족(氏子)감소로 보시가 줄어 수입이 크게 줄은 탓이다. 일부는 하루 수입이 고작 10엔짜리 동전 몇 개에 불과한 곳도 있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신사일(神職)에 종사하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심한 경우 한사람이 100여 개 신사를 맡는 경우도 있다.
NHK는 이 같은 현실을 전하면서 오랫동안 신성한 장소로 지역에 밀착해온 신사가 이제는 ‘ 신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필사적으로 생존대책을 모색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신사들의 실태는 어떨까.
NHK에 따르면 도시에 있는 신사 경내에 맨션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내 복수의 신사 경내에 맨션건설이 이뤄지고 있고 교토(京都)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모가모(下鴨)신사 부지 일부에 작년 5월 맨션이 들어섰다.
이처럼 신사 경내에 맨션이 들어서고 있는 건 운영난에 기인한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같은 씨족을 모시는 친족도 줄어들어 경영난에 빠지는 신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사 수가 대략 300여 개 줄었고 상당수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례로 헤이안 시대에 창건된 도쿄 아사쿠사(浅草)에 있는 이마도(今戶)신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내 일부를 주차장으로 운영해 그럭저럭 신사를 꾸려 왔으나 요즘은 부적 등의 판매를 통해 얻는 수입이 한 달에 고작 2000엔(약 1만9000원)인 달도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신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고베(神戶)시에 있는 한 신사는 경내에 19층짜리 고층 맨션을 짓도록 업자에게 부지 일부를 빌려주기로 했다. 건물 1, 2층에는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신사는 헤이안(平安) 시대(793년부터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할 때 까지 390년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신사지만 한신(阪神)·아와지 대지진 때 금 간 본당과 신사 사무소 등을 고쳐 지을 형편이 안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나라(奈良) 현 고세(御所)시 산속에 있는 가쓰라기미토시세(葛木御歳)신사는 인터넷을 활용해 외지인 참배자를 늘리고 있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100여 가구인 친족의 보시가 줄어 기도료 등을 합해 연간 수입이 50만 엔 남짓이다.
이래서는 신사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주지가 3년 전 인터넷을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을 추진했고 신사 부지 내 건물을 카페로 개조, 현지인의 모임 장소로 활용하면서 판매수익을 신사 운영에 보태기로 하고 모금에 나서 어렵지 않게 목표 100만 엔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도쿄 아사쿠사(浅草)에 있는 이마도(今戶)신사는 궁리 끝에 인연을 맺어주는 신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과 복을 부르는 고양이의 발상지라는 사실에 착안, 원 모양의 복을 부르는 고양이 2마리를 그려 넣은 발원(發願) 판자(絵馬)를 제작해 히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