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14일 오전 9시 23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마련된 포토라인. 이곳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었다. 2013년 2월24일 퇴임한 후 5년 17일, 1844일 만에 국민들 앞에 선 것이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전직 대통령으로는 5번째 검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 전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한 첫 마디는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이다. 그리고 곧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을 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드린다”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검찰의 조사가 곧 시작될 것을 의식한 모습이다. 실제 취재진이 ‘100억원대 뇌물 혐의를 모두 부인하시는 겁니까’ 등의 질문을 이어갔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오전 9시 14분 차량에 탑승한 채 밖으로 나와 검찰청으로 향했다. 주변에서는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 외침을 뒤로 하고 그를 태운 차량은 경호 차량과 함께 자택 인근 골목을 빠져나와 학동로로 방향을 잡았다.
바로 앞뒤를 경찰 순찰차와 사이드카가 에워싸고 호위를 시작했다. 논현역과 반포역, 고속터미널 인근 등을 경유하면서 남쪽으로 경로를 튼 그의 차량은 교대역 법원·검찰청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서초대로를 타고 검찰청 방면으로 움직였다.
서초역 사거리에 도착한 차량은 중앙지검 방향으로 다시 우회전한 뒤 검찰청 서문을 통과했다. 좌우로는 언론사 중계차량들이 즐비했지만 이곳을 지나쳐 오전 9시 22분 청사 앞에 도착했다. 자택에서 검찰청사까지 이동한 거리는 약 4.8㎞, 소요시간은 8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