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이사장 등이 학교건물 임대료를 횡령한 사실을 특별감사에서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는 2002년부터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한 교회 예배장소로 빌려줬다. 신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이 교회는 현재 5천명 안팎이 다니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대신 체육관 등이 예배장소로 쓰일 때마다 야구부와 농구부는 경기 남양주시까지 이동해 훈련해야 했다.
휘문의숙은 교회로부터 매년 7천만∼1억5천만원의 건물사용료 외에 확인된 것만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원의 기탁금을 받았다.
기탁금은 학교회계에 편입되지 않고 법인명의 계좌를 통해 명예이사장 B씨와 이사 C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계좌를 새로 만든 뒤 기탁금을 받고 폐쇄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은폐했다.
휘문의숙은 요지인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고 주택관리임대업 등록을 안 한 업체에 임대관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보증금 21억원과 연 21억원의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주면서 긴 임대 기간을 보장하고 전대(재임대)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일종의 특혜로, 이에 관여한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판단했다.
휘문의숙은 법인 땅을 한 건설사에 빌려주면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시세보다 싼 임대료를 받은 의혹도 받는다.
명예이사장 B씨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2억3천900만원의 공금을 사적인 일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이사장 D씨도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등 3천400만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C씨와 다른 이사 1명, 감사 2명 등의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비리 관련자들 파면을 법인에 요청할 계획이다. 사법기관 고발조처와 수사 의뢰도 병행한다.
명예이사장 등이 횡령한 38억여원 회수도 학교법인에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