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vs알권리]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공개 이뤄질까

삼성전자는 물론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기술유출 우려 고조

[KJtimes=견재수 기자]영업기밀이냐, 알권리냐. 삼성전자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산업재해 피해자와 예방 등의 목적으로 공개를 결정하자 삼성전자는 물론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기술유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간의 기술 노하우를 누구든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지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각차 팽팽핵심기술 유출 가능성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공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고용노동부가 화학제품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주요 사업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작업환경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개 대상은 간략한 공장도면, 측정 대상인 유해인자의 목록과 측정 위치 및 측정 결과, 생산 라인별 근로자 수, 라인·공정 이름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30년간 일궈낸 반도체 공정 노하우를 중국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꼴이라며 최근 공개 중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중지 신청도 냈다.


삼성전자 측은 이런 정보들이 공개될 경우 공정별 면적이나 설비 배치, 공정에 쓰는 화학 제품명 등을 유추할 수 있어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 데이행사장에서 보고서에는 삼성전자가 쌓아온 20~30년 노하우가 들어있다보고서를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게도 공개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도 근로자 작업 환경을 위한 보호 조치는 필요하지만 정보 공개로 핵심 공정기술이 유출되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보공개가 이뤄질 경우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도 기술 보호 관리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 여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판결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318),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 공장(319), 최대 반도체생산 라인이 위치한 평택공장과 기흥·화성 공장(320) 등 삼성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의 고용노동부 지방청에 관련 정보공개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법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사건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 나올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산업부에 국가핵심기술확인 요청

 

삼성전자가 자사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요청한데 이어 공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에 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결과를 삼성전자에 통보할 예정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 4일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기술 노하우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청원 글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술로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중국 등 경쟁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도와주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 청원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국가 핵심기반 산업으로 자동차, 조선업과 함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술이라며 산재 피해를 막고자 외부 공개를 허용하면 대한민국의 핵심 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될 뿐 아니라 앞으로 대한민국의 일자리 및 핵심 성장동력 하나를 없애버리는 무책임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보공개를 결정한 고용노동부는 측정보고서에 기업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으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산업부 요청과 관련, 국가핵심기술이라는 판정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는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