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유시장

일본에 '납골함 공유' 등장…공유경제의 끝은 어디(?)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같은 납골공간에 안치

[KJtimes=조상연 기자]카 셰어링(차량 공유), 홈 셰어링(주거 공유), 라이드 셰어링(차 같이 타기)...새로운 형태의 공유경제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같은 납골공간에 들어가는 '납골함 셰어링'이 등장했다.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 아라카와(荒川)구에 있는 죠도신슈(浄土真宗) 마치야고묘지(町屋光明寺) 경내에는 5층짜리 빌딩이 들어서 있다. 작년 11월에 세워진 이 건물에는 1500 구획으로 나눠진 유골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도 최대 6명까지 같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게 특징이다.


명칭은 도모바카(友墓). 사찰 측이 유골관리와 제사를 대신해 준다. 진짜로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은 납골함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남편과 같이 안치되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나 가족과 같은 공간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이용한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사람은 오호라 다쓰노리(大洞龍徳. 48) 마치야고묘지 주지다. 기후(岐阜)현에서 5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죠도신슈 사찰의 24대 주지인 그는 교토(京都)에 있는 불교계 대학을 졸업한 후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의 수행을 거쳐 2009년부터 이 절 주지를 맡았다.


'납골함 공유' 아이디어는 "묘지에 여자끼리 들어가고 싶다"는 한 여성의 말을 들은 게 계기였다. "평생 남성들과 어깨를 견주고 사느라 결혼도 안했지만 묘에는 혼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호인 모임이나 성적소수자(LGBT) 등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사회는 집이나 가족관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어 성묘 양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묘에도 취미 등과의 연계를 중시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오호라 주지는 절 주지이면서 IT(정보기술) 벤처를 창업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IT기술을 '도모바카' 서비스에도 활용하고 있다. 성묘를 온 사람이 참배장소에 있는 특정 장치에 카드를 대면 빌딩 속에 보관돼 있는 유골함이 참배자 앞으로 운반돼 오고 9인치 크기의 영정사진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오호라 주지가 맡고 있는 이 절은 절 창건 이래로 일본 사찰에 일반적인 단카(檀家)제도를 채택하지 않았다. 단카제도는 절 주변 주민들이 절에 적을 두고 시주를 통해 절 운영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면서 설법을 듣고 장례나 제사, 묘 관리 등을 맡기는 제도다.


역대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전통적" 묘의 형태는 이런 단카제도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요즙은 절에 적을 두는 신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묘에 매장했던 유골을 다른 묘로 옮긴 건수가 201697317건에 달했다. 5년만에 2만여건이 증가한 것이다. 마치야고묘지가 단카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건 이런 사회변화에 따른 것이다.


"핵가족화가 이뤄지고 도심부에 사람이 몰려 살게 되면서 지연이나 혈연관계가 엷어져 단카제도의 유지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가족만의 '가족장'이나 장례식을 하지 않고 화장만 하는 '직장(直葬)'도 증가추세여서 추도 형태가 다양해 지고 있다".


오호라 주지는 사찰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시주에 의존할게 아니라 사업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T 주지'의 기술과 발상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오호라 주지는 올 봄부터 컴퓨터그래픽(CG) 동화상을 건물 등에 비춰 보여주는 "프로젝션 매핑"과 독경(讀經)을 융합한 이벤트도 시작했다. 3높이의 절 본당 안쪽 벽에 3대의 초대형 프로젝터를 이용, 극락정토와 지옥을 이미지로 표현한 영상을 비춰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불경을 읽고 영상이 끝나면 설법을 한다.


오호라 주지는 "절은 원래 곤경에 처한 사람이 피신하는 곳 또는 서당 처럼 아무나 가볍게 갈 수 있는 장소로 문화회관 같은 역할을 하던 곳인데 지금은 관청과 콘서트 홀 등 절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곳이 많아 절은 이제 고작 제사를 지내거나 소원을 비는 장소로 변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벤트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절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되 형태는 변해도 본질은 무너뜨리지 않는 시대에 맞는 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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