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두산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두산을 비롯한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사진을 모두 교체했다. 그런가 하면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각자 대표체제’를 갖추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두산그룹의 행보를 두고 그 노림수에 대한 갖가지 관측을 내놓고 있다.
30일 재계와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동현수 사업부문장(사장)과 김민철 지주부문 CFO(부사장)를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했다.
동 사장과 김 부사장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이번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재경 ㈜두산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며 후배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두산은 동 사장과 김 부사장의 이사회 합류를 계기로 전자, 연료전지 등 자체 사업을 강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 사장은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자 소재 전문가로, 두산이 전자 사업 강화를 위해 2012년 영입했다.
그런가 하면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김명우 관리부문장(사장)과 최형희 재무관리부문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반면 17년간 두산에 몸담았던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 고문으로 활동한다.
김 사장과 최 부사장은 29일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도 선임됐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과 김 사장, 최 부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같은 날, 두산인프라코어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고석범 재무관리부문장(전무)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손동연 사장과 고 전무의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면 두산그룹이 이 같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각사 재무통들을 전진 배치했다는 점이다.
사실 두산 계열사 CFO들은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산그룹의 차입금은 11조원이고 부채비율은 272.1%에 달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차입금 규모가 2015년 14조원에서 3조원가량 줄었고 지난해 영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긴 했지만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두산그룹이 이번 인사와 관련 내놓은 입장에서도 이러한 목적을 엿볼 수 있다. 이날 이재경 ㈜두산 부회장은 올해 계열사들의 활약도 기대된다면서 두산중공업은 검증된 원전 기술력으로 해외 수주를 가시화할 것이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안정적인 시장 성장세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전자BG(사업부문)와 산업차량BG, 모트롤BG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큰 폭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연료전지BG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해 안정적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면세BG는 시내면세점 시장점유율을 7%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