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코스피가 지난 2011년과 같은 급락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2,400선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이 나왔다.
31일 유안타증권은 이 같은 진단을 내놓고 코스피가 이탈리아 정정불안, 미·중 무역전쟁 우려,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삼성전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우려감 등이 겹치며 1.96% 하락했으며 기술적으로는 2400 부근에 이전 저점대 지지대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반등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날 강한 하락으로 단기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존재한다”며 “중요한 지지대에서 급락세가 이어진 경우는 2011년 8월 초에 나타난 바 있는데 당시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하면서 하락했지만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바탕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면 시장 전체적으로 약세로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정정불안과 유로존 탈퇴 우려감으로 유럽증시와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이런 불안감들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당분간 추가적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대신증권은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는 배럴당 55∼68달러로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의 셰일과 캐나다의 오일샌드 등 비(非) OPEC 국가의 원유 공급량 증가가 더 클 것으로 보이고 OPEC 국가도 내년 1월 이후 점진적으로 원유 증산을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29일 배럴당 66.73달러를 기록하며 5월 이후 지속한 70달러 선을 밑돌기 시작했다”며 “달러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원유 감산 종료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원유시장은 작년과 다르게 원유 공급 증가율이 상승하는 반면 원유 수요 증가율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OPEC 감산 출구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된다면 원유 공급이 증가해 내년부터는 원유 초과 공급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같은 날, 삼성증권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시장 우려가 주변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위기 경험국들로 시장 우려가 전염될지가 금융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전염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에도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4.74%, 2.16%, 1.60%로 지난 2011~2012년 유럽 위기 당시 기록한 고점인 33.7%, 16.6%, 7.5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당시 매우 적극적인 위기 대응에 나섰던 유럽중앙은행(ECB)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아직 최근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도 주변국으로의 전염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ECB의 정책 대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위기 확산 시 우선 9월 종료 예정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고 테이퍼링(보유자산 축소)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신영증권은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100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의 경험이나 재정 적자 등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설정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소비와 생산, 고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 미국 경기 확장세는 2009년 6월 이후 10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1990년대의 120개월 확장 이후 사상 두 번째로 길다”며 “과거 미국 경기의 장기 확장세는 과잉 낙관 속에서 종결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경제를 넘어 정치·군사적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공세적 대외정책을 펼치고 이는 감세 등과 맞물리면서 재정수지 악화로 귀결됐다”면서 “미국의 경기확장이 100개월 이상 이어지다 끝난 실제 사례로 1960년대 중반의 베트남전 참전 확대, 1990년대 후반 테러와의 전쟁 등의 시기를 꼽을 수 있는데 당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기 호황이 종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경기와 증시의 고점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길게 보면 10년 강세장의 8∼9부 능선 부근에 왔다”며 “2019년까지 본다면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 이상으로 가져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못 오르는데 한국 증시가 상승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대두하면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는 희석될 것이고 금리 안정 국면에서는 성장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