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정부의 재벌·대기업 개혁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강도로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편 등 자구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정당국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에 대해 전방위적 조사나 수사를 진행 중이고 특히 한진그룹의 경우 갑질 사태에서 비롯된 수사가 조 회장 일가로 확대돼 11개 부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7일 재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초 다스에 대한 소송비 대납 논란으로 시작해 삼성전자 노조 와해 공작 등 올해만 압수수색이 9번이나 진행됐다. 특히 삼성은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져 ‘삼성 배싱(bashing·때리기)’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논란과 순환출자 처리 결정 번복,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 등은 이전에 내려졌던 결정을 정권교체 후 관련 판단 자체를 번복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같은 사안을 두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정권 맞춤형 보복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정기 세무조사 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따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LG그룹도 최근 탈세 혐의로 본사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재계는 정부의 강한 압박 강도에 공정위의 요구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안과 경영쇄신 등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정부 정책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그룹 중심 경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홍훈 전 대법관이 이끄는 준법경영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준법경영을 하지 않으면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란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최근 약 1조38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을 사실상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간 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이 기업의 투명 경영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늘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경영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을 듯하다”며 “주요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등 정부의 요구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