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조상연 기자]일본 시계 메이커들이 변신에 나섰다. 주력 제품을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품으로 옮기고 있는 추세다. 실제 시티즌, 세이코 등 대표적 시계 메이커들은 70만엔(약 700만원)~80만엔(약 800만원)에서부터 100만 엔(약 1천만 원)이 넘는 고가품으로 주력 제품 이동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추세는 그동안 주력해온 5만엔(약 50만원)~20만엔(약 200만원) 전후의 중간 가격 제품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 워치 등과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기인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급 시계 시장은 벽이 높은데 영국 조사회사 유로 모니터인터내셔날 조사에 따르면 세계 손목시계 판매액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상위 3사는 스위스 워치그룹, 리슈몽그룹, 롤렉스가 독점했다. 시티즌과 세이코는 7위와 8위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나가노(長野)현 이다(飯田)시에 있는 시티즌시계의 생산자회사가 운영하는 이다오카도노 공장에서는 숙련공들이 작업하는 중·고급품 조립 라인이 설치돼 있다.
30만엔(약 300만원) 이상의 고급 손목시계를 조립하는 이 라인에는 사내외의 각종 기능대회에서 ‘명장(마이스터)’으로 선발된 20여명의 숙련공만 앉을 수 있다. 이들은 문자판과 바늘, 머리 카락보다 작은 부품 등을 핀셋 같은 도구를 이용해 조립한다.
이 라인에서 조립돼 9월에 세계 시장에 내놓을 제품이 광(光)발전으로 움직이는 손목시계 ‘에코 드라이브원’이다. 초경량소재를 채용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한 이 손목시계 본체의 두께는 2.98㎜로 세계에서 가장 얇다. 명장이 아니면 조립할 수 없는 고급품이다.
‘에코 드라이브원’은 30만엔(약 300만원)~40만엔(약 400만원) 짜리가 많지만 새 제품은 70만 엔(세금 별도)으로 배 이상이다. 시티즌이 고가제품을 늘리기로 한 건 5만~20만 엔대의 중간 가격 제품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가격대 시장은 스마트 워치 등 시계 전문 메이커가 아닌 업체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시티즌의 올 4~6월 시계부문 매출액은 358억엔(약 3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 중 미국과 중국시장의 판매는 늘었지만 국내시장에서 고전했다. 시티즌은 고가 제품으로 시장탈환을 노리고 있다.
세이코홀딩스 산하의 세이코워치는 올 봄 고급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점포를 서울에 개설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2번째다. 그랜드 세이코는 지난해독립 브랜드로 떼내 로고 등을 기존 ‘SEICO’와 차별화했다. 세이코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점포는 해외에만 80개에 달한다.
가격대는 40만엔부터 70만엔대가 중심이지만 150만엔(약 1500만원)~200만엔(약 2000만원)대의 제품을 늘리고 있다. 디자인은 나가노와 신슈지방의 설원을 이미지로 한 희고 까슬까슬한 느낌으로 가공하는 등 일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게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