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구리(Cu)가 메르스와 사스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영국 사우스샘프턴대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들과 매우 유사한 인간 코로나바이러스(229E)를 대상으로 구리와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과 구리 위에서 급속도로 파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통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 같은 동물 유래 코로나바이러스는 통상적인 치사율이 높아 전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킨다.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은 감기부터 폐렴까지 광범위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리나 고무, 스테인레스 등의 표면에서 최소 5일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구리에서는 효과적으로 파괴됐다고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구리나 구리 합금을 포함한 항균 구리 표면을 손가락으로 감염시키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분 안에 비활성화됐다. 이에 항균 구리 표면을 공공장소 같은 곳에 설치하게 되면 호습기 바이러스 전파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엠바이오’(mBio-미국미생학학회지)에 게재됐다.
연구진의 일원인 사라원스 박사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가 구리와 접촉했을 때 구조가 모두 파괴돼 감염 발생 소지가 사라졌다”면서 “항바이러스 처치 없이 구리 자체로 감염이 확산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으로 논문에 참여한 빌 키블(Bill Keevil) 환경보건학 주임교수도 “호흡기 바이러스는 다른 어떤 감염원에 비해 사망률이 높고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의 진화와 더불어 인간에게 심각한 윟벼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손씻기와 세척습관 그리고 구리 합금 표면재 활용 등을 적절한 임상 진료와 결합하면 바이러스 전파에 대처 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두 사람은 구리가 노로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및 항생제 내성균(MRSA)과 호기성 간균 같은 병원 슈퍼박테리아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구리에는 미량 살균작용이라고 불리는 미량동(oligodynamic, 微量動)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곰팡이나 미생물이 여러 시간 내에 구리 원자에 의해 죽게 된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이러한 점을 활용해 살균 또는 저장에 구리를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구리 외에도 은과 납, 아연, 백금, 알루미늄 등도 금속 이온 독성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은과 구리는 인체에 독성이 없어 실생활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美환경청도 구리 합금을 유익한 항미생물질로 지정했다.
Michael Schmidt(사우스캘리포니아 의대 교수) 박사에 따르면, 병원 내 중환자실과 의료진 손이 자주 닿는 표면을 항균 구리로 바꾼 결과 중환자실 감염이 평균 40% 이상 줄어들었다.
기원전 3000년부터 현재까지 5000년 동안 이어진 인도의 경험 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는 구리 주전자에 물을 밤새 저장하고 아침에 마시기를 권하기도 한다.
현재 구리의 항균력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