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요구했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이날 국회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에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분쟁이 발생했을 시 양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 해결이 안될 경우 양국이 한명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을 포함한 3명으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열어 해결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요구한데는 한국 정부가 정부간 협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정부간 협의를 한국에 요청하면서 '30일 이내'(시한 2월8일)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요청을 받은 직후 일본 측 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일반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세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러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 한일관계 악화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가 대처에 적극 나설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상황을 감안한 결과 오늘 오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 위탁을 한국에 권고했다"며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 중재위 개최를 요청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노 외무상은 "유감이지만 책임자로부터 이런 발언이 있었고, 4개월 이상 (한국측이) 협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도 있어서 중재 회부를 한국에 통고했다"며 "한일 양국은 국민적인 교류가 활발해서 양국 관계 기초는 튼튼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선 국교정상화 이래 양국간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손상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가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중재위 개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중재위 개최를 요청했다고 해도 한국이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다. 협정은 강제하는 규정은 없어 한국이 계속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중재를 할 제3국도 지명하지 않을 경우 중재위를 구성할 수 없게 된다.
외교부는 "오늘 오전 외교채널을 통해 일측으로부터 한일 청구권협정상 중재 회부를 요청하는 외교공한을 접수했다"며 "일본 측 조치에 대해 제반 요소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제철(전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등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지만, 관련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만 있을뿐 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피해자측은 지난 1일 법원에 '매각명령신청'을 제출하고 일본 기업들로부터 압류한 자산의 매각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중재위 개최 요청 이후 대응으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관세를 올리거나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