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주방을 공유하는 ‘공유주방’이 공유경제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외식업 창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창업 팽배에 따른 대안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기존에 없는 사업 영역으로도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공유주방은 공유오피스처럼 건물에 조리시설을 갖춘 뒤 식당 점주들이 칸칸이 나뉜 단독 시설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시간대별로 나눠 공동으로 조리 시설을 이용하는 공유경제 사업 중 하나다.
‘공유주방’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클라우드키친’을 창업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지난 2009년 세계 최대 차량공유회사 우버를 창업한 벤처 사업가이자 투자자였지만 2017년 잇단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우버 CEO에서 물러났다.
이후 테이크아웃 주문에 최적화된 공유주방과 음식 배달 시스템을 지원하는 ‘클라우드키친’을 세웠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로부터 4억 달러(약 4600억원)의 투자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공유주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클라우드키친, 위쿡, 먼슬리키친 등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면 10여개 브랜드가 등장할 만큼 급속한 확장 추세다.
◆ICT 결합으로도 진화ing, 속속 증가하는 공유주방 브랜드
국내 토종기업 ‘위쿡’은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이다. 1개 주방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제조한 제품을 유통 판매까지 가능한 주방으로 첫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공유주방을 8개로 늘렸다.
클라우드키친은 지난 5월 국내 상륙했다. 공유주방 목적으로 서울 시내 빌딩을 직접 매입한 뒤 현재 6개 지점까지 확장시켰다. 지난 6월에는 약 100억원에 ‘심플키친’을 인수하며 국내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클라우드키친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공유주방 관심을 불러일으켰단 게 업계 시선이다.
실제 최근의 국내 공유주방 브랜드들은 단순 공유주방을 넘어 ICT와 결합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고스트키친’과 ‘공유주방 1번가’가 대표적이다.
고스트키친은 우아한형제들에서 배민수산과 배민키친 서비스를 설계한 최정이 대표의 배달 전문 공유주방 브랜드로 ‘발가락’이란 이름의 통합 주문시스템을 통해 각종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주문받은 뒤 배달인력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공유주방 1번가도 자체 개발한 ‘ICT 기반의 토털 케어 시스템’을 통해 매장 내 중앙관제센터가 주문 접수와 배달대행 접수, 한 번에 최대 5건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는 ‘묶음배달 시스템’도 도입한 상태다.
공유주방 사업을 하는 스타트들의 수백억원대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고스트키친’은 지난 2월 2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데 이어 지난 9월에도 92억원의 투자금을 벤처캐피탈(VC)로부터 거둬들였다. ‘위쿡’의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누적 투자금액은 9월 기준 222억원, ‘먼슬리키친’도 투자 유치를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한국 공유주방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규제 샌드박스 지정으로 ‘숨통’도 트였다
게다가 국내의 공유주방 환경은 고초를 겪는 다른 공유경제 산업과 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공유키친은 한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신규 사업자에게 낮은 투자비용·인건비 부담과 창업 진입 장벽이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식업계는 공유주방으로 창업비용이 1억원이 드는 경, 2000만원으로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공유주방은 올 한해에만 전국 내 20개 공유주방사업자가 30여개 공유주방을 운영할 만큼 성장세가 눈부시다.
국내에서의 공유주방은 ▲대형주방을 공동 사용하며 배달 판매를 위주로 하는 ‘센트럴키친형’ ▲전용주방을 각 사업장에 임대해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책임주방형’ ▲기존 매장을 시간대별로 임대해 사용하는 ‘타임별 공유주방형’으로 구분돼 활용되고 있다.
이중 전용주방 임대 공유주방이 사업 모델의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클라우드치킨’, ‘고스트치킨’, ‘먼슬리키친’, ‘이유있는주방’, ‘키친엑스’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시설이 완비된 주방 환경을 투자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는데다 전문가의 인큐베이팅시스템, 위생 컨설팅, 식자재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다양한 IT서비스 등 지원 사업과도 연계하고 있어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공유주방 시장에 청신호를 보내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와 안성휴게소 등 휴게소 2곳에 공유주방 사업을 허가했고 공유주방 사업자 ‘위쿡’의 사직지점에 한해 2년간 특례를 부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유주방이 활성화되면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정부의 움직임도 여타 다른 공유경제와 달리 공유주방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자영업자들의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유주방 산업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