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15년 전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회사 측과 피해자 황모씨의 유족간 법정다툼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KJtimes> 취재결과 확인됐다.
황씨의 어머니 유모씨는 지난 2015년 12월 29일 대한송유관공사를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지난해 6월 13일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은 피고 대한송유관공사가 원고 유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일부승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한송유관공사는 같은 해 7월 1일 즉각 항소했고 양 측간 법정다툼은 2라운드에 돌입한 상태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18일, 11월 13일에 이어 올해 1월 8일 변론기일을 속행(법원, 당사자, 그 밖의 소송관계인이 모여 재판 진행)했으며 다음 4차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8일 예정돼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당시 원고 유씨 딸의 사망에 대해 회사 측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안전배려의무’란 사용자(사업주)가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의 안전에 대해 배려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구체적인 산재방지 조치기준을 다 준수(법령상의 의무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보다 고도의 배려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 결과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의 ‘안전배려의무’를 다한 것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형사처벌, 과태료(행정질서벌) 등의 처벌을 면 하더라도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의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게 된다.
대한송유관공사의 경우 외진 곳에 위치해 직원들이 야근 등으로 퇴근이 늦어질 경우 통근차량 등 교통편이 끊겨 회사에서 직원에게 안전한 교통편을 제공할 ‘안전배려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한 잘못을 1심 재판부가 일부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사건은 15년 전인 2005년 5월 31일 새벽에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가해자 이모(당시 39세)씨에 의해 당시 23세의 황씨가 살해를 당한 사건으로 1심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에 이씨는 항소했고 2007년 항소심(2심)에서는 1심보다 3년 감형된 징역 12년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유부남 이씨와 황씨간에 내연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결론을 내고 성폭행이 아닌 ‘치정에 의한 우발적 살인 사건’으로 판결했다.
이 같은 법원의 선고에 피해자의 어머니 유씨는 당시 딸의 시신은 손톱이 모두 부러지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한 흔적들과 가디건 등의 의류 일부가 벗겨져 소실되고 스커트가 위로 말려 올려진 상태에서 팬티에 흙이 묻어 있는 상태로 성폭행 정황이 드러난 만큼 치정이 아닌 성폭행에 의한 살인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15년 째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씨는 딸의 죽음과 관련해 대한송유관공사로부터 보상금나 위로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도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헸다.
이 사건은 2017년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성폭행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게재된 이후 7만 7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가해자 이씨는 현재 출소(2017년)한 상태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10여 년 전 발생한 사건이라 당시 근무하던 직원들도 없고 해서 더 자세히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