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못다한 이야기들⑯]박양근 전 교수 “그까지 꺼 뭐 변화통 정도지 뭐”

한국교통대학교 전 박양근 교수

 

[KJtimes]또 만났네, 또 만났어, 야속한 이 세상. 어휴 살다 살다 이런 변화무쌍 세상 또 만났네. 허리 좀 펴 볼까 할 인생 고갯마루에서 대체 이게 뭔 일이냐? 그래 어차피 엄마 뱃속에서부터 총소리 대포소리 듣고 놀라기도 했었지, 태어나자마자 고약한 대포 화약 냄새도 맡았을 테고. 6·25전쟁 중에 잉태되어 태어난 전쟁동이 이니 태어남 자체와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일테니 그 행복 누리는 대신 죽을 때까지 바윗돌을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사는 동안 겹겹이 덮쳐오는 변화와 적응의 아픔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형벌을 받으며 사는 게 당연할 거야. 그러니 코로나로 덮쳐오는 변화와 아픔을 온몸으로 맞는 형벌을 안고 태어났을 거야. 그러니 코로나와 맞붙는 것도 거쳐야 할 통과의례겠지? 그래 이 상황도 잘 버티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 그렇겠지? 그래 믿자.


코로나19 감염 회피를 위해 스스로 생활에 제약을 가하는 일상을 경험하고 있는지 석 달이 지났다. 종종 어떤 난제에 직면할 때에 했던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는가?’, ‘환경이 사람을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혼자 되뇌며 자율격리 속에 일상을 보낸 시간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환경을 창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이지만 때로는 환경에 사람이 지배당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는구나라는 입장이 요즘의 나였다. 내가 바로 이런 수동적인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어떤 욕구나 활동도 이번 코로나19 앞에서 완전히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욕구를 말할 때면 유명한 매슬로우와 그의 욕구단계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아존중감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으며 이를 위계에 따라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 나이까지 그럭저럭 살아 왔으니 이제 상위의 욕구를 추구해 보고자 한들 코로나19에 감염 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공포 앞에서는 환경에 순응하며 저차원의 욕구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생존 위험에 맞서 싸우는데 무슨 고차원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을까?


노출과 외부활동을 최대한 억제한 준감옥 같은 작업실에서 조심조심 시국을 보내면서 감염을 피하기 위해 다른 생각이나 활동은 떠올릴 수도 없었다. 만일 우리 사회에 이러한 위험시국이 몇 달 더 길어지면 누구라도 사회적 욕구, 자아존중감, 자아실현과 같은 고차원의 욕구 추구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깊어졌다. 이에 더하여 곧 경제 불황의 파도가 한 겹 더해져 훨씬 더 큰 불안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을 때면 두려움도 더 크게 다가온다.


나도 전쟁동이로서 정신력은 강할지 모르나 전염병균에는 나약한 한 사람이기에 위생적, 경제적 위험관리 시간이 더 길어진다면 어떤 생각과 행동이 바람직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생존 및 안전추구 행동에 한정된 생각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고 그 외의 욕구들은 필요 최소한만 추구하거나 집안이나 안전한 공간에서 가능한 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3개월 동안 위험 속에서 숨죽이며 했던 일은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성장생태학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학습하는 일의 비중이 가장 컸던 것이다. 자연생태학, 산림학, 조경학 과목의 인터넷 수업을 듣고 그 과정에서 나무는 옮겨 심은 뒤 6개월 내지 3년 이내에 뿌리돌림을 해준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변화관리를 연구하는 필자에게 이것은 큰 발견이었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의 직업전환이나 경력변화 관리모형을 고안하는데 응용할 수 있었다. 학습과정에서 우연한 발견이 평소 고민하던 변화관리 강의 노트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된 것이었다.


앞으로도 지속될 조심조심 시국을 이용해 지금부터는 변화관리 강의를 더 잘하기 위한 스킬을 향상시키고자 스마트폰 활용과 유튜브 제작기술을 온라인교육을 통해 익히고자 마음을 먹었다.



위험시국 때문에 변화무쌍한 일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 시기가 각자에게 필요한 긍정적 성과를 창출하는 기회로 활용되면 보람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전쟁 포화 속에 태어나 폐허와 가난 속에서도 죽지 않고 버텼고 기술과 경제 사이즈가 확장될 때마다 성장통 같이 겪어야 했던 변화통이 없이 편안했던 시절이 그동안 단 몇 달이라도 있었을까?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변화통은 중년 고갯마루를 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천형 같은 형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한 변화통들에 단련된 몸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당장 할 일이 눈앞에 있으니 더 잘해보자.

 

[약력 : 박양근]



-용인시정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전 한국교통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한국폴리텍대학 학장


-충북청년창업사관학교 총괄센터장


-경영학박사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