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못다한 이야기⑰]언론인 유창하…너스레, 소통의 활명수다

언론학 유창하 박사 

 

[KJtimes]“밥 문나?”/“.”

알라들은?”/“잡니더.”

그라모, 우리도 불 끄고 고마 자자.”.......

 

무뚝뚝의 대명사 경상도 남자가 퇴근해서 부인과 하는 대화다. 혹자는 이게 무슨 대화냐웃기는 소리라고 평가절하해 버릴지 모른다. 근데 사실은 이보다 더 훌륭한 대화와 소통이 없다고 여겨진다.


밥 문나에는 부인, 저녁은 드셨소?’ 외에 부인의 안부를 포함해서 오늘 하루 집에 별일 없는지를 함축해서 물은 것이다. ‘알라들은도 마찬가지다. 자녀들 학교생활에서부터 집에서 별 탈 없이 보냈는지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고마 자자도 오늘 하루 마누라 수고했으니 꼭 껴안고 포근하게 사랑을 나누자는 속삭임이다. 마누라 대답도 남편과 같은 심정이다. ‘에는 고맙심더, 걱정해 줘서가 포함돼 있다. ‘오늘 하루 회사일 힘드셨지예라는 말도 생략돼 있을 뿐 들어있다.


잡니더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칭찬받았고 집에서도 잘 놀고 잘 자고 있으니 염려 놓고 당신 건강이나 챙기면 됩니다는 의미다. ‘고마 자자에 아무 말 않고 남편 품에 안기는 건 고맙고 사랑한다는 걸 말 대신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근데 이건 다 BC(코로나 이전) 시절, 집에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코로나 땜에 온 식구가 집콕’ ‘방콕을 하다 보니 모두가 신경이 발딱 서 있다.


밥 도.”

아침 문지 얼마 됐다고, 또 밥 타령이고.”

달라면 주는 거지 웬 잔소리가 많아, 여편네가.”

뱃속에 거지만 우글대나,”

뭐라고?”

배고프면 니가 챙겨 무라. 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밥솥 안 잠가 놨다.”

이게, 정말. 한 대 콱.”

그래, 한 대 콱이 아이고, 두 대고, 열 대고, 때려 뿌라. 죽으면 지여편네 죽지, 지가 죽는 거 아이라. 그거지?”

말대꾸 할끼가? 자꾸 열 받게.”

니만 열 받냐? , 열 더 받거든.”

니가 와 열 받노?”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돌밥 돌밥.’ 진짜 내가 돌아버린당 께.”

 

이른바 AC(코로나 이후)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은 이혼율이 크게 높아지고 가정 폭력이 늘어나는 후유증에 사회는 더 어지럽다. 대신 코로나 베이비가 늘어나 인구증가에 도움을 주는 엉뚱한 결과도 생겼지만 말이다. 인간은 묘한 데가 있어서인지 코로나 사태로 이혼 상담이 늘어난 반면 결혼 상담도 엄청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특히 일본의 사례가 그렇다. 이혼 상담이 40% 늘어난 반면 결혼 상담은 20% 증가했다나. 이건 사회가 불안해지면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고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심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싱글보다는 배우자가 있으면 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저런이야기다. 잠깐 앞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밥 문나’, ‘알라들은’, ‘고만 자자는 남편의 딱 세 마디에 마누라는 더 짧게 ’, ‘잡니더두 마디밖에 없다. ‘이심전심말 안 해도 다 통한다는 얘기다. 말은 적을수록 좋은 침묵은 금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호랑이 담배시절에 더 빛을 발하는 옛날 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거다. 만약 돌밥 타령이 나왔을 때 침묵은 금이었던 부부는 결국 와장창창소리와 함께 찢어지자’, ‘말자입씨름에 이어 자칫 폭력 사태까지 이를지 모른다. 반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는 커플은 다를 수 있다. 쓰잘 데 없는 농담 따먹기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돌밥? 그 좋지. 오늘 돌솥밥 해준다고, 우리 마눌님 최고.”

돌솥밥 좋아하네, 돌솥도 없거든.”

내가 사 오지 뭐.”

그래, 니가 사 와서 밥 좀 해주라. , 오늘 호강 한번 해보자. 기왕이면 올 때 맥주라도 한 박스 사 오고.”

염려 놓으셔.”


말로써 말 많으니참 좋은 부부다. 이런 부부라며 늙어서도 결코 외롭다거나 서로가 먼 산 쳐다보며 쓸쓸한 말년을 보낼 리가 없다.


할멈이 밤중에 깨보니 영감 혼자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잠 안 자고 거실에서 뭐해?”

알면서.”

한밤중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뭐 이런 거야?”

잘 아시면서.”

오늘은 누구? 마릴린 먼로 아니면 오드리 헵번?”

먼로가 훨 낫지. 먼로에 한 표.”

못 말려.”

당신은 알랭 드롱? 아니면 제임스 딘?”

나야 일편단심 아롱이다롱이지.”

, 꼰대 짓 그만하고 이제 BTS나 이쁜 걸그룹으로 바꾸자.”

걔들 우리가 팬클럽 회원 하겠다면 꼰대 사절하지 않을까?”

그럼 할 수 없지.”

근데, 배고프다. 라면 하나 끓여 먹자.”

오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당신이 이겼으니 끓여.”

진 사람이 끓여야지. 무슨 말삼?”

승자의 아량과 여유로 마눌님한테 봉사 좀 하면 어디 덧나냐? 영감탱이야.”

알았어. 궁시렁 궁시렁근데 물은 한 컵 두 컵?”

두 컵.”

궁시렁 궁시렁스프는 미리 넣어, 한꺼번에 넣어?”

미리.”

궁시렁 궁시렁계란은?”

한 개만.”

궁시렁 궁시렁, 강불?”

약불로.”

궁시렁 궁시렁고춧가루는?”

티 스푼으로 한 개.”

궁시렁 궁시렁.”

, ‘앓느니 죽지 내가 한다이럴 줄 알았지. 천만에.”

....

....

! 맛있다. 근데 낼 아침 찐빵 되겠다.”

찐빵이면 어떻고 호빵이면 어때.”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하모.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마다.”

먹었더니 포만감에 잠이 슬슬 오네.”

, 들어가 잔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부간 대화가 별로 없다. 특히 나이가 든 부부들은 더 하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통 생활인들도 그렇다. 일터에서나 모임에서도 꼭 필요한 의미심장한 대화보다는 그저 그런 자질구레한 말도 안 되는 지껄임이 더 많게 마련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화만이 소통이 아니다. 사실이지 이러한 대화 속에는 거짓과 위선을 그럴듯하게 포장 한내용도 많게 마련이다. 반면 잡다한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주고받는 것이 훨씬 더 훌륭한 소통일 수 있다. 바로 말 같잖게 여겨지는 너스레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C시대 갑갑한 세상, 너스레야말로 소통의 활명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더해서 나이 든 세대에게는 건강백세에 대한 그 어떤 처방보다 너스레 소통론이 맨 앞에 자리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약력 : 유창하]


-언론인

-언론학 박사

-전 서울신문사 심의의원

-서울신문-합동-연합뉴스-스포츠서울에서 25년 기자

-대학 강의 20

-이런저런 저서 7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