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군마(群馬)현에서 시작된 일본의 기부 릴레이가 시간이 갈수록 일본 전역으로 퍼지며 '타이거마스크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12일 교도통신과 후지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고아원에 책가방 등을 남몰래 기부하는 일은 일본 전국에서 230∼280건에 이르렀다. 12일 하루에만 100건 이상이 잇따랐다.
지난달 25일 군마현 마에바시(前橋)시 중앙아동상담소 출입구 앞에 만화 타이거마스크의 주인공 다테 나오토(伊達直人)의 이름으로 초등학생용 책가방 10개가 기부된 것이 일본인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전국으로 번진 운동은 '타이거마스크 현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들이 자기 이름 대신에 내세우는 '정의의 사도'는 여전히 다테 나오토가 압도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만화 '거인의 별'의 주인공인 호시 휴마(星飛雄馬)나 '내일의 조'의 주인공 야부키 조(矢吹丈)도 등장했다.
이들 만화는 가지와라 잇키(梶原一騎.1936∼1987)의 작품으로 1960~1970년대 일본 소년·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다른 인기 만화인 '가면 라이더' 주인공이나 에도 막부 말기의 개혁 운동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왠지 정의로울 것 같은 인상의 연예인 이름을 적은 이들까지 있었다.
기증되는 물건도 다양해졌다. 12일까지 기부된 초등학생용 책가방은 300개를 넘었고, 홋카이도(北海道)에선 감자 20kg, 구마모토(熊本)현에서는 귤 13개가 기증됐다. 고치(高知)현에서는 튀김용 닭 15kg이 배달됐고, 기저귀와 쌀, 현금도 있었다. 고아들에게 확실히 도움을 줄 물품이 많았다.
이처럼 기부가 날로 확산하자 일본 언론은 "기부 문화가 부족했던 일본에서 만화 주인공을 내세운 소박한 기부가 공감을 얻어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거나 "일본인들이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는 증거"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落合惠子.65)씨는 교도통신에 "매일 처참한 뉴스가 넘쳐나는 가운데 '굿 뉴스(좋은 소식)'를 듣기 원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좋은 의미의 퍼포먼스'를 정치가들도 배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