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 수습을 위한 한시적 대연립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다.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의 '식물'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정의 파행이 지속돼 대지진 피해 복구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수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민당은 대연립을 두고 서로 생각이 달라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6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5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사임한 이후의 정국운영과 관련 "대연립 등 각 당이 협력해나가는 체제를 반드시 목표로 하고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연립의 방식에 대해 "테마와 시한을 정해 여야당이 협력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며 특히 대지진 피해복구와 세제.사회보장 문제를 한꺼번에 논의해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내 핵심 당직자가 이처럼 구체적으로 대연립의 방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2011년도 예산에 필수적인 특별공채법안이 야권의 반대로 공전하고 있어 2차 추경예산과 대지진 복구.부흥이 불가능한 상황인만큼 이의 해결을 위한 한시적 대연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조회장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상도 지난 3일 회견에서 "강력한 정권 기반 구축을 위한 여야 협력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해 대연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민당도 대연립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간사장은 "민주당이 새로운 리더를 결정해 신뢰관계를 만들고 정책을 수렴해 시한을 두고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지난 1일 당수토론에서 "간 총리가 사임하면 당파를 초월해 단결하는 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연립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자민당은 다만 연립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간 총리가 이달중 퇴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어차피 대연립을 할거라면 간 총리가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만큼 자민당의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대연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민주당에서는 누가 대연립을 주도하느냐를 놓고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중의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총리가 나와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오자와 그룹과 반(反) 오자와 그룹간 주도권 다툼이 첨예하다.
대연립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자민당이 폐지를 요구하는 자녀수당, 고속도로 무료화 등의 선심성 정책을 포기해야 하지만 오자와 그룹은 국민과의 약속인만큼 지켜야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연립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것인만큼 최소 1년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민당은 2차 추경예산안과 올해 예산운영을 위한 특별공채발행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6개월 안팎의 한시 연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민당은 대지진 피해 복구와 부흥을 위한 정책과 예산 관련 법안을 처리해 급한 불을 끈 다음 연립을 해소하고, 정권 쟁취를 위해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로 이행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