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기조인 `공생발전'의 가치를 사회 전체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첫번째 대상은 대기업이었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의 `키'를 쥔 대기업 총수들의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는 것으로 `공생발전 드라이브'의 시작을 알렸다.
◇李대통령, 기업의 선도적 역할 당부 = 이 대통령은 31일 30대 대기업 총수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8ㆍ15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생발전'의 실현을 위해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설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는 대기업이 우리 경제구조와 사회 계층의 최상층부에 있다는 점, 즉 생태계의 최상위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 `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성장의 결과가 서민층까지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과실을 독식하기보다 재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대한민국 생태계의 공멸'을 막고 결국 대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평소 철학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대기업 총수의 책임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대기업 총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 몇 개가 나라를 이끌면 취약하다" 등의 발언을 통해 동반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기업 압박' 일변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경계한 듯 세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성과를 긍정 평가하며 재계의 경계심을 푸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 "이미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런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칭찬과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기업 총수, `공생발전 부응' 화답 = 대기업 총수들도 이 대통령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분위기였다. 약속이나 한 듯 "공생 발전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입을 모으며 구체적인 공생 생태계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대통령이 말씀한 공생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우리 기업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공생 발전을 위해 거래구조를 선진화하고 모든 부문에서 협력 기업의 체질이 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 있어 서로 공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분위기 화기애애 = 간담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대통령은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각 기업 총수의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도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에서 이건희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후원금을 많이 냈다는 얘기가 나오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니까 당연히 많이 내야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LG화학이 대규모 화학단지 사업권을 따낸 것과 관련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큰일을 하셨다. 밥 한 번 사야 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는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 발표 사실을 언급,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총수들은 이날 오찬 메뉴로 떡갈비와 우거지국 등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먹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