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특징은 전문경영인 체제다. 한국 특유의 재벌경영체제와 다른, 쉽게 말해 오너家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최초 회사가 설립된 1968년도, 전신인 포항제철주식회사라는 공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2000년 민영화 작업을 거쳤고 국내 대기업의 족벌 경영체제에서 엿볼 수 있는 ‘대주주’라고 부를 만한 개인이나 집안 또는 세력이 딱히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5.33%)이며 신일본제철(5.04%), SK텔레콤(2.85%) 순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가?
총 12명으로 구성된 포스코 이사회다. 최고경영자 선임 등 주요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며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7명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재벌체제와 상이한 지배구조를 가진 포스코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33조 4797억 원), 조강 생산량 기준(3370만 톤) 세계 4위인 최고의 글로벌 철강 기업이다.
은퇴하거나 현역에 있는 경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진국형 지배구조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자체 만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한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을 필두로 2006~2008년까지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고, 중간에 빠진 2005년과 2010년에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이러한 선진국형 지배구조가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데에는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현황, 감사기구 현황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 부분이 높게 평가됐다.
이처럼 이상적인 지배구조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외풍이다. 작년 말 박태준 명예회장이 타계한 일은 ‘재계의 큰 별이 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계에 큰 충격과 슬픔으로 받아들여졌다.
보국제철을 기업이념으로 포철 설립 당시, 사장과 초대회장, 명예회장을 지낸 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타계하고, 그의 빈소에 모인 원로 임직원들이 가장 걱정한 부분이 바로 이러한 외풍을 견뎌내야 하는 포스코의 미래였다는 후문도 있다.
과거 회장을 지낸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이 정권 교체와 비슷한 시점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부분은 포스코의 선진국형 지배구조가 지닌 약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정준양 회장의 연임 문제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같은 외부적 요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포스코가 정치적 이해관계 집단의 개입을 이겨내고 그동안 잘 유지해 왔던 투명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박 명예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는 첫걸음이자 선진국형 지배구조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포스코의 2012년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jtimes=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