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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도요타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신형 캠리의 출고가격이 그랜저HG를 대놓고 겨냥한 듯 책정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형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낮춰 출시한 점이 주목된다.
지난 18일 도요타는 신형 캠리를 발표하면서 2.5모델의 가격을 3390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랜저HG 럭셔리 풀옵션(3567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 도요타는 현대차의 그랜저 2.4를 캠리의 경쟁차종으로 자주 거론했다. 두 모델을 비교했을 때, 캠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캠리의 바디 길이는 4805mm로 그랜저의 4910보다 짧지만 실내길이와 실내 폭은 각각 2100mm와 1579mm로 그랜저 실내 길이와 실내 폭인 2075mm와 1567mm보다 길고 넓다. 연료효율도 근소한 차이지만 캠리가 10.49km/ℓ로 그랜저의 9.38km/ℓ보다 앞선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도요타의 공세에 대항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모델의 가격은 언제나 전 모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 통념처럼 굳어진데다가, 이러한 캠리의 공세 한 번에 똑같은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안방에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도요타의 돌격에 한수 위의 돌을 던진다면 그건 바로 그랜저가 아닌 한 등급 아래인 쏘나타와 자연스러운 비교를 유도해 캠리를 쏘나타 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지난해 초, 약 6개월 동안 반짝 나타났다 사라진 YF소나타 24.GDi모델을 살려서 실전에 투입, 캠리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쏘나타 급으로 낮추는 계산을 했다면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 해도 도요타는 회심의 반격을 노릴 마지막 한 수가 있다. 바로 캠리 하이브리드다. 어쩌면 그랜저 2.4를 겨냥한 것은 연막작전이고 경기종료를 앞둔 인저리 타임에 캠리 하이브리가 종료 휘슬과 동시에 결승골을 터트린다는 시나리오다.
캠리 하이브리드 또한 그랜저 3.0GDi모델을 겨냥한 티가 역력하다. 우선은 가격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4290만원으로 그랜저 3.0GDi의 4320만원보다 30만원 정도 저렴하다. 여기에 더 한 술 더 떠 구형보다 300만원이나 낮은 것을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동차 경쟁을 종결짓는 끝판왕은 누가 머라 해도 연비다. 그랜저 3.0ℓ이 11.6km/ℓ인데 반해 캠리 하이브리드는 무려 23.6km/ℓ로 2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가격 공개 후 구형 대비 가격을 내린 캠리가 경기장 밖에서의 이미지에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안방사수에 나선 현대차와 원정경기에 임하는 도요타, 누가 먼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느냐가 승부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kjtimes=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