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소식이 연일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농단’ 불똥이 이번에는 한국마사회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75)의 한 측근이 최순실씨(60)의 딸 정유라씨(20)에게 마방(마구간)을 무상으로 임대한 후 팀장에서 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의혹 보도를 게재하고 있어 진실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한국마사회 승마활성화팀장이던 박모씨는 최근 3년 사이 홍보실장-커뮤니케이션실장-서울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는데 그 속내에는 ‘정유라 특혜’가 뒷받침됐다는 내부 투서가 공개되면서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한국마사회를 망친 현명관과 공모자들’이라는 제목의 투서를 공개하고 현명관 마사회장과 최순실을 잇는 마사회 숨은 인맥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 회장의 측근인 박모 본부장(당시 마사회 승마활성화팀장)은 지난 2014년 1~5월 사이 정유라씨에게 마방을 무상으로 임대하고 같은 해 12월 홍보실장으로 보임했고, 2015년 8월 재활힐링승마센터장을 겸직했다.
또한 1년 만인 2015년 12월에는 1급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승진했으며 또 다시 1년이 되기 전인 올해 11월 9일 부정기인사를 통해 서울본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부정기인사가 단행된 배경에는 임기 만료를 앞둔 현 회장이 그 전에 승진을 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사회 내부 투서에 따르면 “박 본부장은 대한승마협회 임원 등 관계자로부터 잦은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일로 징계를 받았으며, 현 회장의 입을 대신하는 노른자위 1급 커뮤니케이션실장을 꿰찼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정윤회씨와 대한승마협회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고 현명관 회장이 부인 전영해씨와 낳은 딸의 승마 지도를 도맡아 해준 공로로 임원급에 보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사회 직원들은 “박 본부장 외에도 신모 위니월드 사업단장, 김모 처장, 송모 처장, 강모 처장, 송모 부장 등이 현 회장의 파행경영에 적극 참여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본부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씨가 각종 이권을 챙기도록 지원하고 인사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13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양대 대학원 체육과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지도교수인 최모 스포츠산업학교 교수는 김 전 차관 재임 당시 마사회 기부심의위원과 문체부 관련 여러 보직을 맡고 있었다.
마사회는 박 본부장이 박사과정을 준비할 당시인 2013년 8월경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승용마 생산·수요 선순환구조 구축을 위한 승마대회 체계화 연구용역’ 사업을 맡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마사회 내부 투서에 따르면, 현 회장이 각종 사업을 주도하면서 계약규정을 무시하고 여러 사업을 수의계약 형식으로 처리하는 등 여러 문제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마사회 직원들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위니 월드 공사비가 당초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났고 계약규정을 무시하거나 교묘하게 피하는 수법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며 “감사원 감사 때 사업에 관여했던 직원들은 무더기 징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를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위니 월드 사업 참여 직원들을 승진시키기 위해 조기 인사를 단행,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위니 월드 개장식에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 이후 현 회장이 주요 관계자를 매일 소집해 영접 준비로 요란했으며. 직원들 대다수가 대통령 참석을 황당해 했지만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위니 월드 사업에 관련돼 있다는 설 등을 접하면서 이들에 의해 보고되고 대통령이 결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순실, 김종 전 차관, 최모 교수, 박 본부장, 현 회장으로 이어지는 인맥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마사회 대외소통의 창구이자 책임자였던 박 본부장이 최순실과 현 회장을 오가는 인맥을 연결하는 고리였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마사회 측은 일련의 의혹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박모) 본부장은 ‘정기 인사에 따라 10년 6월 9일 2급 승진, 15년 12월 3일 1급 승진’했기 때문에 현 회장 취임 뒤 거듭 승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또한 “‘승마대회 체계화 용역’을 추진함에 있어 모든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을 준수하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는데 최초 입찰공고에서 참여기관이 1곳뿐이라 재공고를 실시했고 추가 참가자가 없어 법률에 의거 해당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의혹을 기정사실화한 보도로 마사회는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다”며 “명예 회복과 오보방지를 위해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