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상화폐의 명과 암…사느냐? 죽느냐?

2021.06.21 11:17:02

지지자들의 주장 “화폐의 절대가치 보존·유지 위한 새 수단의 노력”
제도권의 반론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나 가상자산은 될 수 있다”
중국,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동시에 위안화 가상화폐 발행 예정(?)
한국, 가상자산 시장 사용자 및 규모 급등세… 200여 개 거래소 난립 중
금융권 “가상자산 시장 검은 거래와 탈세 가능성 여전…근절 대책 마련 시급”

[KJtimes=김봄내 기자]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의 모양새다. 최근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발표한 이후 가상화폐들이 비교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제도권 사이에 가상화폐의 존망에 대한 논리와 제도·규정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사이버머니를 발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같은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치인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1일 관련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지지자들의 주장은 크게 각국 중앙은행 및 통화에 대한 불신과 화폐의 절대가치 보존·유지를 위한 새 수단의 강구 노력 등 두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 및 통화에 대한 불신은 가상화폐 출현의 계기가 됐다. 예컨대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 이후 화폐 가치 논란이 일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양적완화 정책에 의한 통화량 폭증으로 화폐가치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바이마르공화국)의 마르크화 가치 폭락(1% 인플레이션)이 주된 원인이라며 패전국 독일 화폐가치 하락(국가·경제·화폐에 대한 불신)과 독일경제 하락에 따른 가치 하락, 마르크화 표시 패전 배상금 절대가치 축소를 위한 의도적 화폐가치 하락 유도 등이 가상화폐의 출현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폐의 절대가치 보존·유지를 위한 새 수단의 강구 노력의 결과 200913일 비트코인이 일본 나카모토 사토시에 의해 최초 발행됐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도난·카피·해킹 절대적 방지와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가치를 보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도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화폐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은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도권에서는 유럽 산업혁명 시기 정립된 법정화폐(FIAT MONEY, ‘화폐라고 국가가 정한 것)를 근거로 국가가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제도권 일각에서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지만 가상자산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학자인 케인즈의 정리에 따르면 화폐는 자산(thing)과 추상/제도(title) 등 두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비트코인은 자산은 될 수 있으나 국가단위 권위·제도의 보증을 받을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절대 해킹이나 복사할 수 없는 블록체인기술 기반으로 암호화 했기에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무엇을 암호화 했는지 암호화의 대상이나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특허·실용신안·저작권·상표권 등 무체재산권의 경우 옛날에는 재산 또는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던 것들이라면서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는 본위제의 경우 미국은 1873년 복(금은)본위제에서 단()본위제로 바꿨던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본위제 체제를 바꾼 가장 큰 의미는 지급수단은 민간의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은도 널리 쓰이면 화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제도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집적회로(IC), 나노회로로 발전을 거듭해왔는데 훗날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면 현재 가상자산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치인정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CBDC의 발행은 국채에 대한 위협(?)’

 

이런 가운데 제도권 안팎에서는 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CBDC) 발행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제도권의 전반적인 시각은 ‘CBDC의 발행은 국체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오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동시에 위안화 가상화폐 발행할 예정이며 발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제도권 일각에서는 중국이 화폐에 대한 전권과 경제에 대한 통제력, 금융거래정보 빅데이터를 독점해 국가의 권위를 넘어 체제를 위협하고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못하게 할 목적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권 일각에서는 ‘CBDC의 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CBDC를 도입하고 상거래 시 거대 빅데이터의 이동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통신기술 등의 제약으로 지리적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서버(본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차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든 상거래 및 금융거래, 재화이동이 중앙화되어 금융기관 불필요 등 수반 변화에 대한 대응도 미수립 되어 있는 상태라면서 해킹 시 사회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의 실태는 어떨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에 대한 사용자 및 규모는 급증세다. 최근 3개월 거래자는 230만명에 달했고 일평균 거래액도 15조원에 이르고 있다. 국민 중 500만명 이상이 투자자로 나선 셈이다.


김치코인 등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코인들도 등장했고 200여 개 거래소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별 실 은행출납계좌 확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코인빗)과 우리은행(빗썸), 케이뱅크(업비트) 등이 실 은행출납계좌를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거래소 신뢰성과 보안(해킹/개인정보유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런가 하면 과세 논란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25월부터 가상화폐 거래내역 신고와 함께 투자이익 및 양도 등에 따른 과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담당부처가 모호한 상태다. 일단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재부와 국세청은 담당부처에서 제외되고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금융위 및 금감원 도 제외된다. 또한 전자상거래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 역시 제외대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세의 목적에는 정부의 시스템 보호와 사림운영이 포함돼 있는 만큼 현재 상태에서 보호 없는 과세가 옳은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상장 제한과 거래소 등급제 시행 등이 제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지난 528일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차관회의에서 담당부처가 결정, 가상자산 거래는 금융위가 블록체인기술은 과기정통부가 맡게 됐다하지만 금융위의 경우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현재 검은 거래와 탈세 가능성은 여전한데 가상자산 거래 전체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마약 및 무기 거래대금, 3세계와 정·재계 등의 비자금 유통경로 활용도 여전한 만큼 이를 근절할 대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봄내 기자 kbn@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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