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GC이테크건설, 2년새 반복된 사고로 5명 사망 ...성희롱 현장소장 재채용 ‘잡음’ 일기도

2022.10.26 16:09:44

-건설노조, 반복되는 물류창고 참사...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
-작년 4월과 12월, 30대·60대 건설노동자 사망사고 이어 올해 3명 사망



[KJtimes=정소영 기자] OCI 계열사인 SGC이테크건설(대표 안찬규)이 시공 중인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경기도 안성)에서 지난 10월 21일 오후 1시 5분경 4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하부 지지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거푸집이 붕괴되면서 노동자 5명이 추락,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SGC이테크건설이 시공 중인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인천시 서구 원창동의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60대 노동자 A씨가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작업을 하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4월 18일에도 대구 죽전역 코아루 더리브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30대 청년 건설노동자 B씨가 일요일이었음에도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SGC이테크건설은 성추문으로 퇴사한 현장소장을 재 채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계약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퇴사한 현장소장 C씨를 재 채용했다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 것으로 드러나 잡음이 일기도 했다.


당시 <아이뉴스24>는 SGC이테크건설이 현장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성추문으로 회사를 그만뒀지만 현장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현장소장 C씨를 다시 불러들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직원을 성희롱해 퇴사한 인물을 다시 복직시킨 것도 문제지만 건설현장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적합한 인사인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건설노조 “무리한 속도전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 재현


안성 신축 물류창고 붕괴사고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지난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무리한 속도전으로 규정하고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 2022년 초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주장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2021년 9월 착공해서 2023년 1월 준공 예정이었고 현재 4층 바닥을 타설 중 사고가 발생했다. 공정률은 56% 정도로 남은 공사기간이 3개월 정도 남은 상태이다. 




건설노조는 해당 현장은 창고여서 층고가 높았고 화물차량이 올라가는 램프 구간에 엘리베이터 기계실까지 1~2개층을 더 올리는데 최소 4~6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물류창고 특성상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2020년)와 마찬가지로 냉장시설 및 배관시설 설치에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즉 준공 예정일까지 공사기간이 매우 촉박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어 안성 물류창고 붕괴사고 역시 그간 벌어졌던 건설현장 대형참사에서 일관되게 보였던 속도전의 모습이다”며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는 부족한 공사기간으로 위험작업을 동시진행하다 벌어졌다. 2022년 초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 역시 일주일에 한층씩 건물을 올리던 중 동바리 조기 제거와 불량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중 벌어졌다”면서 무리한 공사 진행에 따른 참사로 규정했다.


◆위험한 데크플레이트 공법...반복되는 붕괴사고


데크플레이트는 동바리 없이 시공하는 공법이다. 자재비를 경감할 수 있고 신속 시공을 장점으로 내세워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타설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데크플레이트 위를 콘크리트를 부어며 일하고 있다. 실제로 일련의 타설 중 붕괴 사고는 한국 건설현장의 ‘위험한 데크플레이트 시공'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데크플레이트는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물을 이어붙이는 것으로 거푸집 등을 갈음하며 별도의 지지대가 없어도 된다. 안성 물류창고 사고 현장의 경우 공간이 넓고 높았다. 아무리 데크플레이트여도 지지대를 받치는 게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건설노조는 봤다. 넓고 높은 현장에선 무게중심이 어딘가에는 쏠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0미터가 넘는 높이에 세워만 놓은 지지대...무너져버린 ‘안전한 삼각형’


건설노조는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무너진 바닥 부분 지지대가 휘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동바리는 콘크리트 타설 후 소정의 강도를 얻기까지 하부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한다. 사고 현장에 쓰인 동바리는 잭서포트이다”고 밝혔다


이어 높이가 4.2m일 경우 시스템 동바리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강관 동바리를 쓸 경우 구조검토를 하도록 한다”며 사고 현장의 면적과 높이를 보았을 때 시스템 동바리를 사용하는 게 타당했을 것이다. 규정을 놓고 보았을 때 사고 현장은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 27일 오후 4시 29분께 대전광역시 중구 주상복합 신축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건설노동자 3명이 5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이보다 앞선 4월 7일 대전광역시 중구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중 슬라브가 4m 가량 내려앉아 건설노동자 4명이 추락, 부상을 입었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두 사건 모두 이음부분을 제대로 용접하지 않아 벌어진 사고였다. 용접을 제대로 하지 않아 데크플레이트 이음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무게중심이 쏠려 무너진 것인데 이번 (안성 물류창고 붕괴) 사고 현장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건설참사 예방 위해 속도전 방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시급

건설노조는 타설 중 붕괴 사고가 연이으면서 노동부 등에서는 작업계획서나 구조검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사고가 나면 그 때 다시 재발방지대책으로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공정에 따른 필요에 따라 타설공을 채용, 투입하기 때문에 시공사에서 작업배치를 일단 하면 타설 노동자들은 작업을 시작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타설 노동자들이 항상 붕괴 위험을 떠안고 작업을 하게 된다”고 사고의 근본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서 왜 시스템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은 ‘돈’에 있다. 창고를 일찍 열수록 벌어들일 수익에 눈이 멀어 시스템 동바리 대신 잭서포트만 받쳐놓은 것이다”며 건설현장 속도전을 방지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설안전 특검’을 제안하며 일련의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발의된 법을 통과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해당 공사의 원청업체인 SGC이테크건설 안찬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아울러 하청업체인 삼마건설, 제일테크노스의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경기 안성시 KY로지스 저온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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