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플라스틱 복지의 역설 "아이들 과일 한 컵이 미세플라스틱 한 컵"

2025.10.13 13:55:31

정부, 과일 간식 지원사업에 1회용 컵 추진…"미세플라스틱 노출 우려·환경 역행 정책" 비판 거세
환경단체 "다회용 전환·보증금제 부활이 해법"…기후위기 시대, 정부 정책은 정반대 방향 우려



[KJtimes=정소영 기자]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초등 1‧2학년 60만 명에게 과일 간식을 제공하는 복지사업을 재개하면서도, 이를 ‘생분해 플라스틱 1회용 컵’에 담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환경단체와 학부모들이 “아이들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위선적 복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생분해 플라스틱의 착시, 친환경은커녕 ‘1회용 쓰레기’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선임활동가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이름만 친환경일 뿐, 실제로는 처리시설이 없어 대부분 소각·매립된다”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재활용도 불가능해 기존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내세운 ‘친환경 1회용 컵’은 포장만 바뀐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만이 아니다. 유 활동가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은 아이들의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며 “복지정책이 아이들 몸속에 플라스틱을 쌓게 만드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의 혈액, 태반, 폐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내분비계 교란과 면역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선임활동가는 “영양가 높은 과일이라도 미세플라스틱 컵에 담긴다면 건강을 위하는 복지가 아니다”며 “생분해 플라스틱이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 “복지가 환경을 해치는 시대 끝내야” 다회용 전환 촉구

환경운동연합은 ▲초등학생 과일 간식 사업에서 ‘다회용기 제공 원칙’ 명시, 전문 세척업체를 활용한 순환 시스템 구축, 환경부‧교육부와의 협력을 통한 위생 관리 매뉴얼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하경 산제로협동조합 대표는 “수천명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도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이 위생적으로 검증됐다”며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위생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선 ‘생산 감축’과 ‘1회용품 감축’이 필수인데, 정부가 오히려 미래세대 교육 현장에서 1회용품 사용을 확대하는 것은 심각한 시대착오”라고 꼬집었다.

◆ 규제 후퇴가 불러온 ‘1회용 쓰나미’

이번 논란은 정부의 1회용품 규제 후퇴와도 깊게 맞닿아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6-7월 전국 식품접객업소 1회용품 사용 실태조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353곳 중 82.9%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1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규제가 철회된 종이컵과 빨대의 사용률이 각각 48.3%, 19.3%로 매우 높았다.

환경부가 2022년 예고했던 1회용품 규제를 유예·철회한 이후 현장은 빠르게 후퇴했다. 유혜인 활동가는 “정부의 규제 후퇴가 현장의 변화를 막고 있다”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강력한 규제가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후처리가 아닌 사전억제” 되살아나야 할 1회용컵 보증금제

1회용품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유혜인 활동가는 “정부가 1회용컵 보증금제를 포기한 이후, 컵을 겹쳐 쓰는 이중컵이나 캔시머(플라스틱 컵에 알루미늄 뚜껑을 씌운 음료용기) 같은 신종 쓰레기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8월 진행한 ‘컵줍깅’ 캠페인에서는 단 1시간 만에 956개의 컵이 회수됐다. 길거리와 하천으로 흘러드는 일회용 컵 쓰레기는 이미 관리의 한계를 넘어섰다.

환경단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 책임 일부를 떠넘기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이라며 “사전 억제를 통해 근본적인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세계는 감축으로, 한국은 역주행 중

올해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도 다수의 국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단계적 폐지’를 지지했다. 그러나 일부 산유국과 석유화학 기업들의 반대로 핵심 조항이 삭제되며 협약은 다시 연기됐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플라스틱 감축’의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한국의 정책은 여전히 생산과 소비 중심에 머물러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복지정책이 환경파괴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일 한 컵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라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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